"언급 말라" 지침도…이재명 선긋는 대통령실 "예상 밖" 분위기
대통령실은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와 관련해선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장 기각’ 뒤 용산의 내부 분위기는 ‘체포안 가결’ 때와는 미묘하게 달랐다. 전날까지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 대표의 구속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이들이 상당했다고 한다. 체포동의안 투표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 대표는 중대 범죄 혐의자”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날 새벽 이 대표의 백현동 옹벽아파트 특혜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에 대해 “상당한 의심이 들긴 한다”면서도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다툼의 여지” 등을 언급하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용산의 예상과는 다소 달랐던 결과 같다”며 “내부에선 의외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공개적으론 이 대표와 관련해 확실히 선을 긋는 분위기다. 오전 내부 회의에서 일부 수석들은 실별 행정관에게 “이 대표와 관련해선 어떠한 코멘트도 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렸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고 있다”며 “언급할 것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외부 일정 없이 대통령실에 머물며 수석실별로 밀린 업무 보고를 받는다. 대통령실은 추석 연휴 중 일본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만나고, 전통시장과 경찰서, 군 부대 등을 방문하는 윤 대통령의 현장 민생 행보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 이후 대통령실과 여당의 정치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구속을 면한 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무리한 정치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실무 책임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며 강력한 공세를 예고했다.
여당은 예정된 추석 귀성 인사를 취소하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각 결정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은) 특권을 가진 자는 구속하지 않아도 된다는 황당한 소리로 들린다”며 “이번 기각 결정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페이스북에 ‘무권구속 유권불구속(無權拘束 有權不拘束)’이란 글을 남긴 이철규 사무총장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 일반 상식에 비췄을 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통령실과 여권은 ‘이재명 없는 정치’ 구도를 그리며 추석 이후를 준비했을 것”이라며 “영장이 기각되며 모든 것이 뒤틀렸다. 너무 검찰을 믿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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