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조합설립인가” 은마아파트, 분담금은? [재건축 임장노트]
①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1979년 준공해 44년 차를 맞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지 무려 27년 만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26일 강남구청에 따르면 강남구는 이날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에 대한 조합설립인가를 처리했다. 2003년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승인 이후 무려 20년 만, 재건축이 처음 논의된 시점부터 따지면 24년 만이다. 다만 조합원 추가분담금 문제와 ‘정비계획 및 구역지정’ 변경 절차도 남아 있어 해결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지만 재건축 사업이 진척을 보이는 것만 두고도 현장은 한껏 들뜬 분위기다.
재건축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재건축 대장주로 남는 듯했으나 정부의 규제 완화로 2022년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고 이듬해 2월 서울시가 은마아파트 일대 4만3552㎡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지구단위계획(구역) 지형도면 등을 확정 고시하면서 20년 넘게 답보 상태였던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물꼬를 텄다.
정식으로 모양새를 갖춘 은마아파트 조합은 높이 상향과 사업시행인가 절차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울시 도계위가 통과시킨 안은 은마아파트를 최고 35층 33개동, 5778가구(공공주택 678가구)로 재건축하는 내용이었는데, 이후 일명 ‘35층 룰’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합은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앞서 은마아파트 조합장 선거에 나왔던 두 후보가 ‘2년 내 이주 시작’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는데 이를 위해선 조합설립 이후 사업시행인가, 조합원 분양 신청,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모두 마쳐야 한다. 당초 내년 5월까지는 사업시행인가를, 2025년 3월에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같은 해 여름께 이주 절차까지 속전속결로 마치겠다는 그림이었다.
76㎡→109㎡ 배정 시 7.7억 분담 예상
앞서 올 2월 고시에는 추정 분양가와 공사비, 조합원 분담금 등도 포함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건축을 마친 은마아파트 일반분양가는 전용 84㎡를 기준으로 26억원으로 추산됐다. 신청하는 평형에 따라 소유주 추가 분담금이 최대 7억7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추진위가 추정한 은마아파트 일반분양가는 3.3㎡당 7700만원이다. 역대 최대 분양가를 기록했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3.3㎡당 5653만원)’보다 2000만원 이상 높다. 추정 일반분양가의 경우 2023년 3월 강남구청이 검증 절차를 거처 3.3㎡당 7700만원에서 7100만원으로 조정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역대 최고 분양가다.
어쨌든 3.3㎡당 7700만원을 적용했을 때 전용 84㎡ 기준 은마아파트 일반분양가는 약 26억원, 전용 59㎡는 약 19억원 수준이다. 가장 넓은 면적인 전용 109㎡ 일반분양가는 약 3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용 76㎡ 소유주가 더 넓은 평형으로 이동하려면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 신청 평형에 따라 ▲전용 84㎡는 4억1988만원 ▲전용 91㎡는 5억1961만원 ▲전용 99㎡는 6억9238만원 ▲전용 109㎡는 약 7억7654만원을 더 내야 한다.
기존 전용 84㎡ 소유자는 신청 평형에 따라 ▲전용 84㎡ 1억1847만원 ▲전용 91㎡ 2억1820만원 ▲전용 99㎡ 3억9098만원 ▲전용 109㎡ 4억7513만원 등 분담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가장 작은 전용 59㎡를 신청한다면 4억5562만원을 환급받는다.
추가 분담금이 억대에 달하는 이유는 은마아파트가 반포의 저층 재건축 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달리 중층 재건축 단지라 늘어난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비계획에 따르면 일반분양 가능한 가구는 676가구로 전체(5778가구)의 약 12%에 불과하다.
여기에 최근 인상된 공사비도 영향을 미쳤다. 은마아파트 공사비(3.3㎡당 700만원)는 앞서 1년간 서울에서 정비사업을 진행한 사업지 7곳의 평균 공사비(3.3㎡당 668만7000원)보다 높게 책정됐다.
물론 아직 사업 극초기 단계인 만큼 재건축 분담금이 확정된 금액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층수를 35층에서 50층 이상으로 올려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3.3㎡당 공사비나 조합원 분담금 등이 추후 변동될 여지가 있다. 일단 조합이 꾸려졌으니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최대 50층 등으로 재건축될 경우 주민 의견을 수렴해 사업비와 분양가, 비례율 등을 재검토하는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지하를 관통하는 GTX C노선 구간을 변경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GTX 열차가 단지 지하를 관통하면 지반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것. 35층 아파트의 경우 통상 지하 30m까지 주차장을 짓는데, 터널을 먼저 지으면 재건축 과정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터널이 단지 지하를 관통한다면 용적률을 상향하기도 어렵고 기존 용적률을 유지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도 깔려 있다. 주민 반발에 못 이겨 지난해 7월 GTX C노선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은마아파트 우회 노선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론의 여지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씨노선 주식회사’는 지난 8월 환경영향평가 초안과 관련 주민설명회를 열고 제3의 타협안을 찾는데 고심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단지 밑을 지나가지 못한다는 요구 때문에 국가사업이 변경되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이어서 향후 GTX 노선이 은마 재건축 사업 진행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조합을 꾸린 은마아파트는 앞으로 GTX C노선 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높이는 등의 정비계획 변경도 필요하다. 은마아파트의 현재 용적률은 204%로 2023년 초 고시된 정비계획에 따르면 최고 35층·용적률 250%로 재건축된다. 이로 인해 일반분양가를 3.3㎡당 7100만원(강남구청 조정안)으로 책정해도 전용 76㎡의 소유주가 전용 84㎡를 분양받을 때 3억1600만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전용 84㎡ 소유자가 동일 평형으로 이동할 시 1567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대로 정비계획을 변경하고 가구 수를 늘려 사업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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