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도 '주택공급' 챙겼던 尹… "공급불안 없도록"
대통령실, 수년간 묶였던 민간물량 물꼬 터준 점에 기대
"파격보다는 손질로 접근"… 예측 가능한 시장 조성이 목표
윤석열 대통령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 불안이 없도록 꼼꼼히 점검해달라"고 지시했다. 전날(26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 대해 수차례 사전 보고를 받았던 윤 대통령은 지난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찾은 미국 뉴욕 현지에서도 대책 예고안을 보고 받고 일일이 피드백을 전했다.
27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정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 대해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서민들의 주거난, 공급 불안을 잡기 위한 이행에도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수립되는 초기부터 (윤 대통령이) 사안별로 보고를 받았다"며 "최종안이 마련된 시점에서는 미국에서까지 세부 내용을 직접 확인하는 등 공급 불안 요인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주택 공급'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가 있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 '규제 확대'에만 집중한 탓에 공급과 수요가 모두 위축됐고 결과적으로는 집값만 폭등했다. 정권 말기에서야 부랴부랴 신규 부지를 찾아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착공부터 입주까지 수년이 걸리는 주택 시장 사이클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실패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주택 인허가 물량은 18만921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2% 줄었고, 착공은 9만2490가구로 50.9% 감소했다. 사실상 2~3년 뒤 공급난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실효적인 공급'에 방점이 찍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말까지 공공주택 5만5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는 등 공공부문에서 12만가구 수준의 물량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공급 속도를 높이고자 각종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패스트트랙'도 도입한다. 지구계획과 주택사업계획을 동시에 승인해 사업 기간을 4~6개월 이상 단축하는 게 목표다. 여기에 민간의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공공택지 전매 제한도 1년간 한시적으로 풀기로 했다. 이밖에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보증 규모도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10조원 더 늘린다.
대통령실은 정부의 이번 발표로 주택 공급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업체들이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에 나서지 못해 대기 중인 33만가구, 지자체에 인허가를 신청해 대기 중인 20만가구 등 시장에 묶여 있던 총 53만여가구의 족쇄를 풀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장 급한 것은 민간부문에 묶여 있던 물량들로, 이를 해소해 물꼬를 트는 게 시급했다"고 부연했다.
내부적으로는 신규 주택 입주 예정자의 중도금 대출 보증 비율을 상향한 대목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중도금 대출 보증 책임 비율을 90%에서 100%로 높인 것으로 중도금 대출을 무리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해 건설사는 물론 금융기관과 서민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이를 잇달아 낮추면서 은행이 리스크를 떠안게 되고 대출이 어려워져 계약자들의 금리 부담도 자연스레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향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파격보다는 '손질'에 맞춰 차례대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에서 규제 법안을 폐지하기는 어려운 만큼 지난 정부의 정책을 손봐 부작용부터 바로 잡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 역시 올 초 관계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며 "정부는 집값이 늘 예측 가능하게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관리만 해야된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이념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시장이 왜곡되고 결국에는 수요와 공급의 양쪽 규제에 묶여 제대로 주택이 공급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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