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빚으로 지은 집

김필수 2023. 9. 27. 08:4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티프 미안(Atif Mian)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에 얼굴을 내비쳤다.

지난 2014년 아미르 수피(Amir Sufi) 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와 함께 쓴 '빚으로 지은 집(House of Debt)'은 아직도 읽히는 명저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티프 미안(Atif Mian)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에 얼굴을 내비쳤다. 지난 22일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6주년 기념 컨퍼런스 기조연설자(영상출연)로서다. 연설 주제는 ‘빚과 금리(Debt and Interest Rates)’. 그는 빚 연구의 대가다. 지난 2014년 아미르 수피(Amir Sufi) 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와 함께 쓴 ‘빚으로 지은 집(House of Debt)’은 아직도 읽히는 명저다. 부제에 책의 요지가 담겨 있다. ‘빚은 어떻게 대침체를 야기하고, 이런 일의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과도하게 불어난 빚이 자산가격 하락과 맞물리면 파괴적 효과를 낸다. 이른바 ‘레버드 로스(levered loss)’다. 예컨대 A가 10억원 짜리 집을 자기돈 2억원에, 대출 8억원을 끼고 산 경우를 보자. 집값이 20% 하락해 8억원이 된 후 집을 처분하면 은행은 8억원을 회수해 손실이 없지만, A의 자산은 2억원에서 0원이 된다. 집값은 20% 내렸는데, 자산은 100% 깎였다. 자산손실의 변화폭(레버리지 승수)이 5배에 달한다. 집값 폭락과 결합한 과도한 부채는 이렇게 빈자(대출자)에게 직격탄을 날린다.

8월 한국의 은행권 가계대출은 1075조원으로, 한달 전보다 6조9000억원 늘었다. 5개월 연속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도하다. 이제 자산가격 하락이 맞물리면 ‘레버드 로스’라는 시한폭탄이 터지고, 소비위축 등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침체에 빠진다. 집값이 상승하는 반대의 경우가 있지 않냐고? 당연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위기의 해소가 아니라, 시한폭탄의 연장일 뿐이다. 근본적으로는 부채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22일 기조연설에서 미안 교수는 "한국은 2015~2021년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가계부채 상승이 있었다. 가계부채로 총수요를 늘려 부정적 대외 이슈에 대응한 것인데, 이는 금리인상 등 한국의 통화정책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신용위기를 피하기 위해선 부채 재조정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위기를 알리는 탄광의 카나리아는 여럿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올 2분기 101.7%)이 세계 4위 수준이라며 가계대출 정책 재검토를 촉구한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이라며 한 걱정이다. 수피 교수도 거든다. 그는 최근 한 기고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매우 높은 수준에 있는 한국의 경우 과도한 부채에 따른 소비감소와 경제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초에 만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반박했다. 금융권 전체 가계부채 규모가 올 1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절대액수가 줄어든 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면서다. 앞서 "9월 위기설은 없다"는 선언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는 심리다. 시장불안 사전차단이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물밑에선 치밀하게 시한폭탄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 이름만 들어도 불안불안하지 않은가. ‘빚으로 지은 집’.

김필수 경제금융매니징에디터 pilsoo@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