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법원 "증거인멸 염려 등 단정 못해"(종합)
'백현동 개발특혜',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청구된 이 대표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심리한 끝에 27일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이재명 대표)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혐의별로는, 위증교사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백현동 개발에 대해선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한편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대북송금에 대해선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어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대북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해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한 점,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로써 이 대표는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에도 불구하고 구속을 피한 3번째 현직 의원이 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행 헌법이 마련된 1987년 이후인 13대 국회(1988년 5월 개원)부터 이 대표까지 국회에서 가결된 현직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은 모두 11건이다. 이중 현영희(2012년)·하영제(2023년) 의원과 이 대표까지 3명만 구속을 피했다.
검찰은 영장 기각으로 남은 수사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약 2년간 이 대표를 전방위로 수사했음에도 법원의 첫 심판대에서 '혐의 소명', '증거 인멸 우려' 등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장심사 결과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앞으로도 보강수사를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실체진실을 규명해 나가겠다"면서 기각 결정에 대해선 유감을 보였다.
중앙지검은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고 인정하고 백현동 개발비리에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있다고 하면서도, 대북송금 관련 피의자의 개입을 인정한 이화영 진술을 근거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한 판단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이어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는 것은 증거인멸을 현실적으로 했다는 것임에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 판단하고 주변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을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모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속 위기를 넘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3시50분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밖으로 나오면서 "늦은 시간에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 그리고 아직 잠 못 이루고 이 장면을 지켜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 먼저 감사드린다. 역시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정치란 언제나 국민의 삶을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것이란 사실을 여야, 정부 모두 잊지 말고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제 모레는 즐거워해 마땅한 추석이지만 우리 국민들의 삶은, 우리의 경제 민생의 현안은 참으로 어렵기 그지없다"며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나라 미래에 도움 되는 존재가 되기를 정부 여당에도, 정치권 모두에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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