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 처벌’ 위헌…“표현의 자유 제한 지나쳐”
북한에 전단 뿌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이 신설 3년 만에 위헌 결정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26일 남북합의서 위반행위 중 ‘전단 등 살포’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한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 3호 및 관련 조항에 대해 7대 2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심판 대상이 된 남북관계발전법 24조 및 25조는 3년 전 신설된 조항이다. 당시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함께 추진해, 2020년 12월 29일 공포됐다. 접경지역에서 대북 전단을 다수 살포해 오던 북한 인권단체 27곳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개정안 공포 당일 헌법소원을 냈다.
위헌 의견 재판관 7명 중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 4명은 과잉금지원칙·책임주의원칙을 위배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 조항이 ‘북한 주민을 상대로, 북한 정권이 용인하지 않는 내용’의 표현을 금지하는 것이라, “표현의 내용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문 정부·민주당, ‘김여정 하명법’ 논란에도 대북전단 금지 입법
재판관 4인은 “정치적 표현 중에서도 특정 견해·이념·관점을 제한할 때는 과잉금지원칙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위험을 초래하는 건 북한인데, 북한의 대응을 예측하기 어려워 결국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실제 위험을 초래하지 않았거나, 미수에 그친 때에도 처벌하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국민의 생명·신체에 심각한 위해는 북한에 의해 초래되는 것인데, 전단 살포자를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원칙 위배”라는 점도 짚었다.
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합헌이라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전단 살포만 제한할 뿐, 표현 내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을 보호하면서도 덜 침해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며 ▶전단 살포를 이유로 실제 북한의 위협이 발생하기도 했고 ▶전단 살포 금지·처벌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통일부는 이날 “헌재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다만 대북전단 살포 재개에 따른 북한의 반발 등 긴장 조성 가능성에 대비해 탈북민 단체 등의 자제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 법은 발의 시점부터 당시 야당으로부터 ‘김여정 하명법’이란 강한 비판을 받았다. 2020년 5월 31일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 50만 장과 1달러 지폐 2000장 등을 풍선에 매달아 북한에 보냈는데, 이에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6월 4일 담화에서 “대북전단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와 개성공단 철거를 거론했다. 김여정의 경고가 나오자 민주당은 즉각 위헌의 요소가 있다는 논란 속에서도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자 국제사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국제 인권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 등의 인권 전문가들은 “한국의 헌법은 물론 표현과 정보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제조약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교 교수는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당시 정부가 사실상 유일한 대북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는 대북전단을 무리하게 법으로 막았던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북전단 금지법의 위헌 결정이 향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연·강태화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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