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SKT, 통신 특화 AI로 승부…‘실속있는 새우‘ 전략 통할까

권유진 2023. 9. 2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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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 SKT 대표가 26일 SK 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SKT AI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서 키노트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글로벌 AI 컴퍼니’로 변신을 선언한 SK텔레콤이 세부 실행 전략을 내놨다.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들과 선택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한다. 고래 같은 빅테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SKT의 ‘실속있는 새우’ 전략이 통할지 주목된다.


무슨 일이야


유영상 SKT 대표는 26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피라미드 전략’을 공개했다. 신경망 처리장치(NPU)와 같은 AI 인프라부터 AI 서비스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해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까지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유 대표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AI는 기회인 동시에 기존 사업을 위협하는 기술이지만, 통신 사업자에게는 오로지 기회일 뿐”이라며 “좌고우면 하지 않고 직진하겠다”고 말했다. 통신사는 플랫폼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AI 전환으로 인해 잃을 게 덜하다는 것.

SKT는 구체적인 숫자 목표도 제시했다. AI 사업을 키워 2028년까지 연간 매출을 25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SKT 연매출은 약 17조원이었다. AI 사업의 매출 비중도 지난해(9%)보다 4배 많은 36%까지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게 왜 중요해


‘AI로 실제 돈 벌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의 질문에 SKT는 이날 사업계획서를 제시했다. SKT는 지난해 이후 잇따라 AI 투자를 집행하고 경쟁사 인력을 영입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 8월에는 미국 생성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1억 달러(약 1300억원)의 지분 투자를 했다. 현재 전체 투자의 12%인 AI 투자를 향후 5년간 33%까지 늘린다.

SKT의 전략은


◦ 빅테크, 경쟁 아닌 협력 상대: SKT는 국내 다른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사들과 달리 ‘멀티 LLM’ 전략을 택했다. 사업에 필요하다면, 자체 개발한 ‘에이닷엑스(A.X)’ 외에도 오픈AI나 앤트로픽의 LLM을 함께 사용할 예정이다. 일단 에이닷엑스는 특정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 LLM’으로 개발하고 있다. 개발에 수십~수백조원이 드는 범용 LLM을 직접 개발하는 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본 것. 유 대표는 “우리는 버티컬 모델을 개발하고, 나머지 필요한 부분은 그들과 제휴를 늘리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모든 자원을 다 쓰고도 승부를 보기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국내, 글로벌 동시 공략: SKT는 ‘한국어에 특화된 AI’를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통신에 특화된 다국어 LLM을 만들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린다. 유 대표는 “처음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기는 글로벌 통신사들과 연합이다, 도이치텔레콤(독일), 이앤(e&, 중동), 싱텔(싱가포르) 등 AI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전 세계 통신사들과 협업하면 겨뤄볼 만 하다는 것. 유 대표는 “한국어 토종 LLM이 있다고 해서 국내 시장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SKT의 'AI 피라미드' 전략. 사진 SKT

◦ 승부처는 B2B 시장: SKT의 경쟁 무대는 기업간거래(B2B) 시장이다. 기존 고객센터에 AICC(AI 컨텍센터)를 접목하거나, 각 기업이 가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모델을 구축해주는 방식이다. 보안이나 데이터 유출 등을 우려하는 기업에는 온프레미스(사내 구축형) 방식으로, 구축 비용이 부담되는 기업에게는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정석근 SKT 글로벌AI테크 사업부장은 “기술과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그리고 이것을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요즘 (AI 사업의) 핵심”이라며 “국내 콜센터 트래픽의 20%를 통신사와 금용사가 차지하는 만큼 이 문제는 우리가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AI 기업들도 B2B 시장에서 AI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오픈AI는 지난달 기업용 AI 챗봇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출시했고 MS도 오픈AI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용 ‘빙 챗 엔터프라이즈’를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기업용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70억 달러(9조4500억원)에서 2032년 2700억 달러(약 364조5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앞으로는


이날 유 대표는 LLM 경쟁에 이은 다음 승부처로 ‘AI 개인 비서’ 시장을 꼽았다. 아마존은 20일(현지시간) LLM을 입혀 새로워진 음성비서 ‘알렉사’를 공개했다. 유 대표는 첫 알렉사가 출시된 2014년 이후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등이 참전한 당시를‘1차 AI 개인비서 전쟁’이라고 봤다. SKT도 2016년 AI 음성 서비스 누구(NUGU)를 출시했었다. 유 대표는 “향후 수년 안에 2차 AI 개인비서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며 “글로벌 선두권 기업들이 경쟁하는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이용자 1명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2∼3개씩 쓰듯, 인공지능 개인 비서를 2∼3개씩 쓰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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