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대북 '레버리지'…통일부 “대북전단금지 위헌 결정 환영”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 살포를 처벌하는 ‘남북관계발전법’을 위헌으로 결정하자 통일부는 “헌재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다만 대북전단 살포 재개에 따른 북한의 반발 등 긴장 조성 가능성에 대비해 탈북단체 등의 자제를 요청할 계획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6일 헌재의 위헌 결정 직후 통화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입법 단계에서부터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위헌 소지를 안고 있었다”며 “통일부는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북한 주민의 알 권리에도 역행하는 악법이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과 남북관계 관리를 위해 지금도 대북 전단 살포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법적인 처벌 규정이 없어지더라도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헌재가 위헌으로 규정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1항 3호는 “전단 등을 살포해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해당 법은 전임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6월 발의됐고, 그해 12월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런데 이 법은 발의 시점부터 당시 야당으로부터 ‘김여정 하명법’이란 강한 비판을 받았다.
남북관계는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급속히 경색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듬해인 2020년 5월 31일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 50만장과 1달러 지폐 2000장 등을 풍선에 매달아 북한에 보냈는데, 이에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6월 4일 담화에서 “대북전단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와 개성공단 철거를 거론했다.
김여정의 경고가 나오자 민주당은 즉각 위헌의 요소가 있다는 논란 속에서도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도 김여정은 민주당이 법안을 발의 직후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6월 13일 담화)이라고 재차 경고한 데 이어, 2차 담화 3일 뒤인 6월 16일엔 실제로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교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대북전단은 '김정은이 김정일의 셋째 부인의 차남'이란 사실 등 북한 체제의 극도로 민감한 부분을 다뤄왔기 때문에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는 대북전단의 파괴력이 입증됐다는 의미”이며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당시 정부가 사실상 유일한 대북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는 대북전단을 무리하게 법으로 막았던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의 반발과 우발적 상황을 막기 위해 자제할 필요가 있지만, 자제 요청은 위헌적 법이 아닌 설득과 소통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해당 법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는 명확하게 ‘북한이 도발 수위를 넘으면 대북전단에 대한 자제를 멈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발신한다면 대북 협상의 레버리지를 재차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대북전단 금지법의 위헌 결정이 향후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을 재개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헌재의 위헌 결정은 남북관계발전법 제24조 가운데 전단 살포 등을 규정한 1항의 3호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24조에는 전단살포 외에도 대북 확성기 방송(1호)과 대북 시각매개물 게시(2호) 등이 금지 항목으로 규정돼 있다.
이 가운데 북한이 전단지 살포와 함께 민감하게 반응해온 확성기 방송의 경우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인 9ㆍ19 남북군사합의에서 규정한 금지 항목에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9·19 군사합의가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효력이 정지될 경우 확성기 방송을 금지할 근거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 “관련법에 대한 정부 차원의 법리 검토를 다양하게 진행해 왔다”면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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