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직면한 한국·독일…산업 집중, 중국 의존 똑닮았다

정진호 2023. 9. 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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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 경제가 동병상련을 겪고 있다. 닮은꼴 경제구조 때문이다. 한국은 반도체, 독일은 자동차의 산업 집중도가 크다. 특정 산업에 기대 경제가 성장한 만큼 취약점을 노출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또 양국 모두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다. 중국의 경기둔화가 그대로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2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한국과 독일은 최근 경제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내놨다. 지난 6월 전망 때와 동일하다. 독일은 올해 성장률이 -0.2%를 기록해 역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1.6→2.2%), 일본(1.3→1.8%)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한 것과 대비된다. 고금리 여파로 수출 위주 국가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 이유만으론 설명이 안 된다. 똑같이 수출 위주 경제구조인 일본의 성장률은 올해 25년 만에 한국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한계 보인 자동차 의존 경제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독일의 총부가가치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로, G7 평균(14.1%)보다 높고 미국(10.7%), 영국(9.8%)의 2배 수준이다. 자동차 등 제조업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고금리와 긴축으로 인한 수요 감소는 제조업 제품 구매 여력을 떨어트린다. 또 달러 가격이 오른 만큼 원자재 수입으로 인한 비용 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김경진 기자
특히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전체 수출액 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0.6%에 달했다. 부품까지 포함하면 15%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판매 부진이 경기 둔화로 직결되는 구조다. 독일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집중하다 보니 첨단기술은 물론 전기차 산업에서도 뒤처졌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중국 BYD(20.9%), 미국 테슬라(14.4%), 중국 상하이자동차(7.5%) 순이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4위(6.7%)다.

유럽이 최근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나선 것도 위기감을 보여준다. 유럽연합(EU)는 최근 "막대한 국가 보조금으로 (중국 전기차)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차가 중국 전기차에 밀리자 관세 부과 등 견제에 나섰다는 풀이가 나온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독일 최대 흑자 품목이었던 자동차가 최대 적자 품목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며 ”EU 내 중국 전기차 수입 비중이 5% 정도인데 2030년엔 20%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독일의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점유율마저 밀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의존 한국도 비슷


경제구조가 독일과 흡사한 한국에겐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021년 27.9%로 독일보다도 높았다. 반도체라는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총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9.4%, 2021년 19.9%에 달했다. 반도체 호황은 무역수지 흑자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1~8월 반도체 수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 수준으로 줄었다. 월간 수출이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째 감소하는 건 이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반도체 외에 배터리·바이오 등 앞으로 한국의 수출을 분산해서 책임질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적극적인 규제개혁으로 도와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한·독 모두 중국 의존도 높다


김경진 기자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UN 국제무역통계에 따르면 독일의 지난해 수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7%로, 전체 국가 중 세번째로 높았다. 2021년(7.7%)과 2020년(8.1%)에는 2위였다. 지난해 독일의 대중국 수출액은 1147억6000만 유로로, 전년도(1201억7000만 유로)보다 4.7% 줄었다.

한국은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2.8%에 달했다. 2위인 미국(16.1%)과도 격차가 컸다. 올해 1~8월엔 19.7%로 줄었지만, 수출 다변화가 아닌 중국 경기가 부진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지난해 대중국 수출액(1557억9000만 달러) 중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이 317억3000만 달러로 20.4%에 달했다.

김경진 기자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하다 보니 의존도가 큰 한국과 독일 모두 경제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며 “일본 같은 경우엔 중국보단 미국 의존도가 높은데 수출 상대국인 미국 경제가 양호하다는 게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말고도 동남아나 중동 등 수출할 수 있는 국가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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