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강달러'에 맥 못추는 증시…반년 만에 2460대로 후퇴
코스피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460대로 뒷걸음쳤다. 6개월여 만에 가장 낮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여기에 되살아난 수퍼달러(달러 강세)에 원화가치가 장중 연저점을 찍으며 수급 불안도 커지고 있다.
2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2.79포인트(1.31%) 하락한 2462.97에 마감했다. 21일부터 나흘 연속 하락하며 지난 4월 6일(2459.2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후퇴했다. 코스피 하락세를 주도한 건 기관투자자다. 기관이 4736억원어치 ‘팔자’에 나섰고, 외국인투자자도 434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4988억원 상당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삼성SDI(0.19%)를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네이버(-2.66%), 삼성바이오로직스(-2.02%) 등 금리 흐름에 민감한 정보기술(IT)과 바이오주가 2% 이상 내렸다. 이밖에 삼성전자(-1.15%)를 비롯해 SK하이닉스(-1.71%), POSCO홀딩스(-1.11%), 현대차(-1.14%) 등도 1% 이상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8일 연속 내리막길이다. 26일엔 전날보다 1.35% 밀린 827.82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919.74)와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9.9% 급락했다.
국내 증시가 맥을 못 춘 것은 치솟는 미국 국채금리 ‘직격탄’을 맞으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25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 중 4.5%를 웃돌며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30년물 국채 금리도 장중 한때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4.67%까지 뛰었다.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 불쏘시개는 미국 고금리 장기화와 미국 연방정부 업무가 일시 중단되는 셧다운(통상 업무의 일시적 마비) 우려다. 이달 말까지 미국 의회에서 다음 회계연도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으면 각 정부 부처의 지출이 중단돼 정부 기능이 일시 중단될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산안 협상 난항에 따른 미국 정부의 셧다운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시장의 부담이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 우려가 고조되면서 치솟는 달러가치도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달러 강세는 원화가치 하락을 압박해 외국인 자금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6일(현지시간) 오전 2시 기준 106.1선을 돌파했다. 연고점이다.
수퍼달러에 원화가치는 연저점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달러당 12원 하락한(환율 상승) 1348.5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1349.5원까지 치솟았다. 고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23일(장중 1,355.3원) 이후 가장 높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고금리 우려와 수퍼달러 흐름이 단기간에 꺾이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여파가 한동안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10월까진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다음 달 1일 연방정부 셧다운의 진행 상황 등 추석 연휴의 여러 이벤트를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아닌 만큼 강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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