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 떨어지고, 인프라 태부족” 전기차 ‘할인 약발’ 미지근
전기차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가운데 정부가 보조금을 늘리고, 완성차 업계는 할인 행사에 나서는 등 판매 진작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미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봉이냐”는 원성이 터져 나오는가 하면 “승차감이나 인프라를 따져보면 보조금을 줘도 여전히 비싸다”는 불만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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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EV볼륨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만2325대였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7%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10만8418대·61% 증가), 중국(52만59대·17%), 인도(7260대·63%), 태국(6564대·494%) 등과도 대조적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내연기관차보다 급감속, 급가속을 하는 특성 때문에 승차감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전기모터는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바퀴의 회전력을 최대로 뽑아내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빨리 가속하는 탓이다. 이에 따라 ‘불편과 가격을 감수하되, 환경 때문에 타는 차’라는 인식이 많다는 말이다. 그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자 구매 의욕 역시 금세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전기차는 배터리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주행 시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회생제동 기능이 있는데, 회생제동 성능이 강하게 설정될수록 바퀴에 저항이 생겨 급감속을 유발하고 멀미를 일으는 부작용도 있다. 포털 사이트의 택시 동호회에서는 “술 마시고 전기차 택시 타면 멀미가 난다”는 댓글도 있었다.
지역별 충전 인프라 격차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급속·완속)는 20만5202개였다. 완속 충전기 1기당 전국 평균 전기차는 2.3대로 적정 대수(2대)에 근접했다. 하지만 급속 충전기의 경우 부산(34.05대)과 인천(31.02대) 등이 3배 넘게 적정 대수(10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26.02대)과 대구(24.93대), 경기(20.87대)도 적정 수준에 미흡했다.
세계적으로도 전동화 전환은 주춤한 모양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지난 20일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 시작 시기를 기존 2030년에서 2035년으로 5년 미룬다고 밝혔다. 미국 포드는 60만 대였던 올해 전기차 생산 목표를 40만 대로 축소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얼리어답터나 ‘친환경’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은 이미 전기차를 샀고, 남은 소비층에서는 전기차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많아 구매를 주저한다는 건 세계적 추세”라며 “현재 보조금으로 수요가 반짝 늘 수 있겠지만, 획기적인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가적으로도 전동화는 탄소배출권 등의 문제에 있어 필요하다. 충전 인프라 확충 등 ‘전기차를 타보니 불편함이 없다’는 소비자 경험을 주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문제인 데다 전동화는 자동차 산업의 생존 과제인데 우리나라만 유독 전기차의 문제점이 과장돼 있다”며 “보조금뿐 아니라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문화를 조성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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