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막힌 폴란드 방산 수출 2차계약…민간 은행 SOS까지 검토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폴란드 무기 수출이 암초를 만났다. 수출입은행(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늘리는 법안이 국회에 묶이면서, 계약이 축소 내지 일부 취소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방산업계는 민간 은행 자금을 끌어오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방산 수출 위한 수은법, 올해 통과 힘들어
2배로 커진 2차 계약, 수은 여력은 바닥
수은법 개정은 폴란드 무기 수출 계약 마무리를 위한 필수 선결 과제였다. 최대 50조원에 육박하는 전체 폴란드 무기 수출분 중 약 17조원은 지난해 말 폴란드 정부와 방산업체가 맺은 1차 무기 공급사업 실행계약에 포함됐다. 이후 수은과 무역보험공사가 1차 수출계약에 대해 각각 6조원씩 총 12조원을 지원하는 금융계약을 마련해 폴란드 측과 최종협의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1차 계약액의 최대 2배로 전망되는 2차 계약분이다. 폴란드는 1차와 마찬가지로 2차 계약에서도 금융지원을 요구하고 있는데, 수은의 지원 여력은 이미 바닥났다.
현행법상 수은이 대출과 보증을 해줄 때는 자본금과 연계해야 한다. 자본금이 크면 공급할 수 있는 자금도 많아지는 구조다. 또 특정인 또는 특정 기업에 대한 대출과 보증은 자기자본의 최대 40%로 제한돼 있다. 현재 수은법상 자본금 한도는 15조원인데, 한도를 다 끌어써도 6조원만 지원이 가능하다. 수은은 1차 계약에서 6조원을 이미 지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자본금 한도 상향이나 40% 규제를 풀지 않고서는 2차 계약 지원이 불가능하다.
총선 결과 따라 폴란드 계약 틀어질 수도
국방비 증가 등으로 재정 적자가 커지고 있는 폴란드는 자국 내에서 한국산이 아닌 폴란드산 무기를 쓰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다음 달 15일로 예정된 폴란드 총선 결과에 따라 한국산 무기 계약을 축소 내지 취소하라는 여론이 더 커질 수 있다. 현재 야당이 폴란드 정부의 재정 적자를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지원이 막혀 계약 체결이 자꾸 미뤄지면, 계약 규모가 지금 수준으로 유지될지 불투명하다”고 했다.
민간 은행 SOS도 검토…“높은 금리가 걸림돌”
하지만 민간 은행은 금리가 높기 때문에 폴란드 정부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공적 목적으로 금융 지원을 하는 정책금융과 달리 민간 은행들은 리스크를 철저히 따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가급적 정책금융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고 했다.
대규모 사업 수주 위해, 정부 금융 지원 필수
방산이나 원자력 발전 같은 대규모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금융지원 방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미국은 FMF(Foreign Military Financing)라고 불리는 무기 수출 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자국의 무기를 수입하는 나라에 대한 무상자금 및 융자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 방산 수출 3위인 프랑스도 수출신용기관인 수출보험공사를 통해 무기 구매국에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보장한다. 실제 프랑스는 2015년 이집트에 라팔 전투기를 판매할 당시 계약 금액 절반을 신용보증기관이 대출해 수출에 성공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방산이나 원전 같은 대규모 사업 수주를 많이 해보지 않다 보니, 금융 지원이 약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금융 지원 없이 대규모 사업을 수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은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자본금을 확충하고, 지원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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