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피해자는 무주택 서민들이다

송기균 2023. 9. 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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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또 기준금리 동결...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을 뒷받침한 이주열 금통위의 전철 밟나

[송기균 기자]

 지난 6월 12일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매물 등 부동산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 연합뉴스
 
지난 8월 2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올 1월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한 이후 5회 연속 동결함으로써 미국과 "2%p 기준금리 역전"이라는 사상 초유의 현상이 발생했다.

작년 8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는 독립되어 있지만, Fed(미 연준)로부터는 독립되어 있지 못하다"는 발언으로 미국과 통화정책의 보조를 맞출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미국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는 동안 우리는 "찔끔" 인상과 동결로 대응함으로써 통화정책의 디커플링이 발생했다. 더욱이 국민의 마음속에 과연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 독립적인가 하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가장 먼저 나타난 현상은 집값 상승이다. 서울 집값은 작년의 하락세를 멈추고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 이후 7년간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에서 인류 역사상 초유의 '출산율 0.7'(2분기 합계출산율)에 이르는 수많은 문제를 우리 사회에 야기한 주택 투기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2014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7년 3개월간 무려 150%나 폭등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2022년 12월에는 고점에서 25% 하락했는데, 올해 들어 7월까지 11% 상승했다.

기준금리 동결로 서울 아파트 연속 상승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을 인하함으로써 집값부양 의지를 표출했다. 올해 초 둔촌주공재건축에서 미분양이 발생하자 "특례보금자리론"이란 이름으로 무려 39조 원의 대출을 지원하면서 집값 부양에 대한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을 순회하며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전세가 하락으로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된 집주인에게 DSR 규제를 면제하는 등 집값 부양을 위해 '대출 퍼주기'를 밀어붙였다. 급기야 "50년 상환 대출"이라는 해괴한 대출까지 만들었으니 집값부양에 대한 이 정부의 의지와 욕망이 얼마나 강렬한지 짐작할 수 있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대출을 늘려서 집값을 부양하려고 해도 금리 부담이 높으면 대출은 증가하지 않는다. 만약 기준금리 결정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원리에 의해 기준금리를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인상했다면, 집값은 정상 수준을 향해 하락하고 있을 것이다.

2014년 이후 가계대출이 무섭게 급증했다. 주택에 투자하려는 개인들의 자금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금융시장에서 자금의 수요가 급증하면 가격인 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것이 시장원리다. 그런데 금리 결정 권한을 가진 금통위는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기준금리를 비정상적으로 낮게 유지했고, 그 결과 대출받아 주택에 투자하는 주택투기가 극성을 부렸다.

올해 가계대출은 또다시 급증하고 있다. 이달 들어 보름 만에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8000억 원 증가하여 자금 수요가 가히 폭발적임을 보여줬다. 주택투자를 위한 자금수요가 다시 급증하고 있으므로 시장원리가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면 금리는 빠른 속도로 올라야 한다. 그런데 금통위는 또다시 시장원리를 깔아뭉개면서 기준금리를 5차례 연속 동결했다. 국민의 눈에는 이러한 금통위의 결정이 집값을 부양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요구에 부응한 것으로 비쳐질 것이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5회 동결은 집값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5회 인하했던 2014년 이주열 금통위와 닮은꼴이다.

2014년 5월 경제부총리 자리에 오른 최경환은 취임하자마자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을 밀어붙였다. 이 정책에 제일 먼저 호응한 곳이 금통위였다. 금통위는 최경환이 집값부양 의지를 표명한 직후인 2014년 8월과 10월 연속해서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이어서 2015년 3월과 6월, 그리고 2016년 6월까지 무려 5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2014년 8월 2.5%였던 기준금리는 2016년 6월에는 1.25%로 낮아졌고, 2017년에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사라졌다.

청와대가 실질적인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은행의 최고경영진들이 은행의 대출창구를 활짝 열어젖힘으로써 "빚내서 집 사라" 정책에 합류했고, 가계대출은 무섭게 증가했다.

2013년 55조 원 증가했던 가계대출이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113조 원과 132조 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출받은 돈들이 주택시장으로 쏟아져 들어갔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은 본격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로 낮아진 금리 부담이 은행의 공격적 대출 확대와 맞물려 전 국민적인 "빚내서 집 사라" 광풍을 불러온 것이다.

기준금리 5회 동결은 '편파적 통화정책'

올해 금통위의 5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도 2014년 당시와 똑같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2014년 이후 7년여 지속된 집값 광풍의 열기가 아직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하락하던 집값이 꿈틀거리자 또다시 투기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반달 만에 무려 8000억 원이나 증가한 것이 그 증거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의 가장 큰 피해자는 무주택 서민들이다. 2014년 7월 이후 7년 3개월 동안 집값 폭등으로 밤잠을 못 이루던 2200만 무주택 국민은 또다시 가슴을 졸이고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기준금리 동결의 최대수혜자는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한 다주택자와 강남 등에 고가주택을 소유한 집부자들이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다수 무주택자들의 희생을 대가로 소수 집부자들에게 이익을 안기는 극도로 "편파적인 통화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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