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부족해" 고교생에 SOS…수입 늘어난 美혈장도 품귀, 왜
혈액 부족으로 필수의약품 공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혈액 기반 치료용 의약품을 생산할 수 없어 소아 면역 저하자나 중증 암 환자 치료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혈액정보 통계에 따르면 혈액 공급 실적은 지난해 244만 건으로 2019년 260만 건에서 6% 이상 감소했다. 이 같은 혈액 부족은 구조적 고착화에 접어들었다. 저출산 고령화로 헌혈 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도 헌혈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일부 필수 약품 공급망 무너지기 직전”
제약 업계 관계자는 “헌혈이 급감하면서 알부민 등 필수 의약품 공급망이 무너지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로 헌혈 인구는 감소하는 데 반해 수혈이 필요한 고령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며 “향후 혈액 공급 부족 현상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혈액 부족은 필수 의약품 생산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헌혈은 전혈 헌혈과 성분 헌혈로 나뉜다. 전혈 헌혈은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것으로 외상 환자나 암, 백혈병 환자에게 수혈용으로 공급한다.
성분 헌혈은 혈장 또는 혈소판 등 특정 성분만 채혈하는 방식이다. 혈장 중에서 의약품을 만드는 원료로 쓰이는 것을 원료 혈장이라고 부르는데, 제약사는 원료 혈장을 활용해 알부민(수용성 단백질)과 면역 결핍증 치료제 등을 생산한다. 원료 혈장으로 의약품을 생산하는 국내 제약사로는 SK플라즈마, GC녹십자가 있다.
제약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원료 혈장 공급이다. 원료 혈장 사용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공급량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혈액사업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원료 혈장 사용량은 2017년 81만504L에서 지난해 108만196L로 20만L 이상이 늘었다.
혈장 가격도 5년 새 40% 이상 급등
반면 원료 혈장 국내 공급량은 2017년 57만7842L에서 지난해 47만4103L로 10만L 이상 감소했다. 이에 원료 혈장 자급률은 같은 기간 71.3%에서 43.9%로 하락했다.
이를 메운 건 수입 원료 혈장이다. 원료 혈장 수입 물량은 2017년 23만2662L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60만6093L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에서 소비하는 원료 혈장 절반이 수입품인 셈이다. 특히 B형 간염과 파상풍, 수두 등에 사용되는 특수 면역 글로불린(면역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당단백질 분자)은 100% 수입 혈장에 의존하고 있다.
혈장을 주로 수입하는 곳은 미국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수입 혈장 가격이 크게 올라 국내 제약사는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2017년 L당 16만9000원 수준이던 미국산 혈장 가격은 지난해 24만5000원으로 크게 올랐다”며 “국내 약가로는 수입 혈장 가격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올 7월에는 알부민과 면역 글로불린 품귀 현상으로 정부가 혈장 확보를 위해 교육부에 고교생 헌혈을 확대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헌혈자 보상 높이고 공급망 추가 확보해야”
전문가들은 헌혈 캠페인 확대와 함께 헌혈자에 대한 보상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헌혈자에게 5000원~8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이나 식음료상품권 등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가 나서서 해외 공급망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영철 이화여대 혈액내과 교수는 “수혈용 혈액은 보존 기간과 국가 간 질병 전파 우려 등으로 수입할 수 없지만 원료 혈장은 바이러스 불활화(바이러스 물질을 열이나 포름알데히드를 가해 죽인 것) 등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충분하다”며 “헌혈을 통한 혈장 자급률 향상과 더불어 수입 혈장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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