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나진에 ‘만경봉호' 띄웠다…美 “러, 김정은 ‘생명줄’ 제공”
3년 8개월만에 국경을 개방한 것으로 분석되는 북한이 이번엔 러시아와 인접한 바다에 대형 화물여객선 ‘만경봉92호’를 띄웠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ㆍ러 접경엔 러시아와의 교역품으로 추정되는 대형 화물들도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ㆍ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와의 밀착 정황을 의도적으로 노츨해 미국과 중국을 향해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란 해석을 내놨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25일(현지시간) 선박 추적 자료와 위성 사진을 근거로 만경봉92호가 러시아에 인접한 북한 나진항 인근에서 3km 떨어진 해역에서 확인됐다고 보도하며 “북ㆍ러 사이에서 인력과 물자를 운반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망경봉92호는 9700톤급 대형 화물여객선으로 1992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원을 받아 건조한 선박이다. 주로 조총련 인사들의 북송을 담당하다 2018년 평창올림픽 때는 북한 예술단의 방한을 위한 교통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망경봉92호의 등장은 지난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23일 푸틴의 북한 답방이 공식화된 직후 이뤄졌다. 일각에선 북ㆍ러가 인력과 물자 교환을 이미 구체화하고 있다는 정황으로도 보는 시선도 있다. 실제 북ㆍ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의 접경인 ‘조ㆍ러 친선다리’ 인근에선 대형 컨테이너 화물로 추정되는 물체가 식별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플래닛 랩스(Planet Labs)’ 위성사진에 각각 225m와 110m, 60m 크기의 화물이 열차에 선적 또는 하역되는 장면이 촬영됐다. 북한은 최근 성명을 통해 “북ㆍ러 정상회담은 친선적이고 정상적인 대외관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ㆍ미 당국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북한과 러시아가 이미 무기거래를 노골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6일 통화에서 “중국 매체를 통해 북한이 국경을 개방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북한의 공식 발표가 없어 북한 외교관 복귀나 외국인 관광 개시 등의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며 “또 북한이 상대적으로 손쉬운 육로 대신 만경봉92호를 인적교류의 수단으로 활용한 전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만약 해당 선박을 의도적으로 노출했다면 그 의도를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한미전략포럼에서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무엇인가를 많이 혹은 적게 얻든, 북ㆍ러정상회담은 김정은이 원하는 새로운 미래에 필요한 외교적 생명줄을 제공했다”며 북·러의 밀착을 경계했다. 같은 포럼에 참석한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김정은의 방러는 중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김정은은 미ㆍ중 경쟁에서 중국이 오히려 쇠락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며 이것은 김정은에게 딜레마가 되고 좌절감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북한이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 정황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는 배경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의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을 향해선 국제제재를 돌파할 파트너로 러시아를 활용할 수 있음을 과시하는 한편, 중국에 대해서도 러시아를 내세워 대북한 노선을 보다 분명히 해달라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더라도 가장 시급한 문제인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을 배제한 러시아만의 도움으로는 분명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정황을 고려할 경우, 북한이 러시아와 급속한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미국과의 경쟁으로 노골적 대북 지원이 어려워진 중국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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