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을 4일로 알더니…이번엔 "가결 뭔가요?" 검색량 폭증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됐다던데 가결이 뭔가요.”
지난 21일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글이다. 또 다른 포털사이트 다음에선 이 대표 관련 기사 하단에 붙은 ‘함께 찾은 검색어’ 목록에 ‘가결 뜻’ ‘부결 뜻’ ‘가결 부결 뜻’ 등 의미를 묻는 검색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음 관계자는 “검색량을 밝힐 순 없지만 일정 규모 이상 검색어가 쌓여야 명단에 올라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상당수가 기사를 읽은 후 ‘가결’의 뜻을 찾았다는 얘기다.
최근 온라인상에선 단어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실제와 다르게 파악하는 ‘문해력 저하’ 현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3일을 뜻하는 순우리말 ‘사흘’을 숫자 4로 인식한다거나 마음 깊이 사과한다는 의미의 ‘심심한 사과’를 동음이의어인 지루하다는 의미로 오해해 논란이 벌어지는 식이다.
온라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1년 5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초·중·고교 교사 11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37.9%)이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이 70점대(C등급)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35.1%는 60점대(D등급)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90점대(A등급)는 2.1%, 80점대(B등급)는 15.4%에 불과했다. 문해력 수준이 낮은 이유로는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에 익숙해서(73%)', '독서를 소홀히 해서(54.3%)'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문해력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 한자 교육의 부재와 디지털 영상 매체 확산을 꼽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 등이 확대되면서 긴 글 대신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점을 지적했다. 그는 “동영상을 볼 때는 뇌 후두엽 쪽을, 글을 읽을 때는 전두엽을 활용한다. 작동 부위가 다른데 동영상만 보다 보니 문해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난 3년간의 팬데믹도 큰 타격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문해력과 언어능력은 상호작용을 통해 키워지는데 코로나19로 재택수업이 늘어났다. 부모님과 상호작용이 적은 집단에선 문해력 저하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이런 우려가 감지되면서 지난해 국어 관련 사교육비가 큰 폭으로 늘었다. 통계청이 3월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국어가 3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13.0% 늘었다. 절대적인 금액 자체는 적지만 영어(12만3000원)가 10.2%, 수학(11만6000원)이 9.7% 증가한 것과 비교해 증가 폭이 컸다.
해외에선 문해력 저하를 막기 위해 학교 수업에서 디지털 기기 수업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핀란드에선 수업 중 모바일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네덜란드에선 내년부터 디지털 기기 사용을 교실에서 금지한다는 계획이다. 박남기 교수는 책을 활용한 수업을 늘려야 한다고 동의하면서도 “학교에서 억지로 스마트폰 사용을 막는다 해도 집에서까지 이용을 막을 순 없다. 뉴욕주도 당초 교내에서 챗GPT 사용을 불허했다가 5월 철회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업 중 사용을 아예 금하는 건 오히려 역행하는 흐름”이라며 “디지털 문해력을 길러주는 것 또한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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