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추석을 병원에서 보내는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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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명절 연휴 중 하루는 꼭 병원에서 지내려 합니다.
명절에 병원을 찾은 가족들 환자들 모두 어우러져서 알록달록 색을 칠하고 조물조물 찰흙을 주무르면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거든요.
명절 동안 조금은 썰렁한 병원에서 모인 우리들은 평소보다 조금 더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이번 명절에 여러분이 머무시는 그 병원 공간에도 웃음과 희망이 샘솟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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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명절을 나시는 암 환자 중에는, 자신의 옆을 지키는 보호자에게 “당신이라도 가서 차례지내라”며 집으로 보내고 침대에서 혼자 우두커니 천장만 바라보거나 휴대폰만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평일에는 만날 수 없었던 지방 멀리에 사는 가족이 방문해 상기된 얼굴로 침대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그런 날 환자 휴게실에서 작은 미술치료를 열곤 합니다. 명절에 병원을 찾은 가족들 환자들 모두 어우러져서 알록달록 색을 칠하고 조물조물 찰흙을 주무르면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거든요.
“매년 이 시간이면 허리가 끊어지게 음식 만들고 설거지하고 차타고 이동하는데, 이렇게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날이 다 있네” “다른 건 다 좋은데 참 나는 LA 갈비를 참 좋아하는데 그거 못 먹는 거 아쉽네”로 시작해, “어디 마트에서는 명절마다 LA 갈비 세일을 한다” “양념에는 키위를 넣어야 한다” “아니다 배만 넣으면 된다” 등 각자의 살림 팁 전수의 시간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평생 서울에 살다가 충청도로 시집을 갔는데 글쎄 차례 지내는 게 어쩜 그리도 다른지” “나는 제주도 살다가 서울로 시집왔는데 나도 놀랐어” 등 명절이기 때문일까요? 묻지도 않은 고향 이야기와 부모님 이야기로 또 금세 화제가 전환됩니다.
명절 동안 조금은 썰렁한 병원에서 모인 우리들은 평소보다 조금 더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빨래터에 모인 아낙같이 혹은 소꿉놀이를 하는 동네 아이들처럼 별것 아닌 것에도 다정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런 날 미술작업의 주제는 ‘나의 손에 휴가 주기’입니다. 이 주제는 내가 암에 걸려서 명절에 가족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수고한 나의 손에게 휴가를 준다는 의미입니다. 암으로 인한 수동적인 상황이 아닌 능동적 상황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죠.
환자분들의 작업 이야기를 해볼까요? 어떤 분은 ‘휴가 갑니다’라는 편지를 제출하는 손을 그리기도 하고, 어떤 분은 명절에 꿈도 못 꾸는 빨간색 매니큐어를 바른 손을 그리기도 합니다. 또 어떤 분은 손가락 열 개에 모두 큰 보석이 박힌 반지를 그려 넣어서 휴게실에 모인 모든 분들과 한참을 웃었던 기억도 납니다.
다 함께 휴가를 받은 손으로 꽃을 그리고 색을 칠하다 보면 참 행복합니다. 전이나 나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예쁜 꽃을 그린다니요! 미술이란 이처럼 삶의 짧은 순간에 미소를 짓게 하고 마음에 환기를 주니 감사합니다.
휴게실에서 이뤄진 짧은 미술치료를 마칠 때 저는 참여하신 모든 분의 손에 향이 좋은 핸드크림을 발라드립니다. 천연 오일로 손톱을 칠해드리기도 합니다. 그러면 많은 분들이 “호강한다”며 좋아하십니다. 평소라면 기름 냄새가 났을 내 손에서 꽃향기가 나기 때문이겠죠.
병원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행복을 발견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환자들끼리 우정을 쌓고, 가족의 사랑을 깨닫습니다. 눈물, 웃음, 절망, 희망, 소망 등 병원은 무엇보다 사람들의 간절하고 소중한 감정이 오가는 공간입니다.
이번 명절에 여러분이 머무시는 그 병원 공간에도 웃음과 희망이 샘솟길 바랍니다. 병원에서 치료 받는 시간, 잠시 쉬어가는 시간, 자신에게 휴가를 허락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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