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최고치 오른 美 장기물 수익률…韓 대출금리 자극 우려
우리나라 장기채 금리도 끌어올려
잇단 악재에 상방압력 여전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해 우리나라 대출금리 부담 확대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미국 자동차업계 파업 확대와 국제유가 상승으로 미국 장기물 국채 금리 상방 압력이 여전히 높다고 보고 있어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25일(현지시각) 4.53%에 거래를 마치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종가 기준으로 올해 8월 이후 4%대에서 내려온 적이 없으며, 지난주에도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돌파한 바 있다.
장기물은 지난주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동결' 여파로 급등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내년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이자 후폭풍이 일었다. 회의 당일 발표된 신규 실업수당 청구 통계도 올해 1월 이후 가장 낮게 나와 견고한 경제 성장세를 증명하며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FOMC 다음날에는 예산안 합의 불발에 따른 '셧다운(미국 연방정부 업무의 일시적 중단)' 가능성을 의식해 금리가 종가 기준 4~5bp(1bp=0.01%포인트)가량 떨어졌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30일인 셧다운 시한이 임박해 수익률이 반락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후 아시아 시장에서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유의미한 하락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끈적한 인플레이션 가운데 파업·고유가 악재…"5% 이상도 가능"26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 역시 FOMC 이후 자동차 업계 파업과 국제 유가 상승 상황 등을 언급하며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30년물 국채금리 수준은 5.5% 정도까지 오르는 게 합리적"이라 평가했다. 그는 "미 연준은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까지 낮추지 못할 것"이라며 "장기 인플레이션이 3% 수준에서 굳어지면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를 피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경기 지표 둔화를 단기간에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적어도 11월 FOMC까지는 상승압력을 유지할 듯하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최근에 불거진 자동차 메이저 3사 노조 파업 역시 인플레이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물의 경우 우리나라는 미국을 따라가는 경향이 크다. 25일 블룸버그통신이 유가 상승에 따른 13개 주요 신흥국 5년물 국채 금리 움직임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중상위권인 5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조화 경향이 올해 들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나 한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이달 발간한 'BOK 이슈노트'에서 "장기 시계에서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는 만기가 길수록 미국 국채금리의 변동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은 이달 상승세를 지속해 지난 21일부터는 3거래일 연속 4%대에 머물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된 후 운영자금이 필요해진 미국 정부가 장기 국채를 발행하면서 이미 금리 상승에 기여해왔다"며 "미국 국채금리가 더 오르면 한국 국채금리도 따라 오르고, 더불어 은행채 금리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채금리 상승이 은행채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를 밀어 올릴 가능성이 높다. 박성진 한은 채권시장팀장은 "국내 장기금리가 미국 국채금리와 동조성이 높은 만큼 미국 장기물 상승이 은행채 금리 상승압력으로 이어져 연계된 일부 대출금리 등도 1~2개월가량의 시차를 두고 일정 부분 영향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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