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합병 반대의사 접수 개시…내리막 주가에 합병 성사 미지수
서정진 회장의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 공식석상 등장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효과에 대한 기대치 낮아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두 회사의 합병안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음달 20일까지 기존 주주들로부터 합병 반대의사를 접수한다. 반대의사를 접수한 주주들은 다음달 23일부터 11월13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지 않도록 합병 이후 청사진을 적극 알리고 있다.
다만 이달 중순 이후 두 회사의 주가가 하락 흐름을 타고 있어 합병이 성사될지 미지수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제시한 매수 예정 가격은 각각 15만813원, 6만7251원이다. 두 회사 주가는 매수 예정 가격을 밑돌고 있다. 전날 셀트리온은 13만9300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6만1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매수 예정가와 비슷하거나 낮은 상황에서 개인 주주는 반대의사를 표시해놓고 이후 주가 흐름에 따라 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음달 23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 여부가 결정된다. 특별결의안건에 해당하는 합병은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승인된다. 주주총회서 합병안을 승인하면 6개월 이내에 합병을 마무리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주식 매수 규모가 1조원을 넘으면 합병 계약은 해제될 수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각각 5666억원, 2097억원이다. 주식 매수대금이 부족하면 금융회사 차입 등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4월13일 18만4100원까지 올랐던 셀트리온 주가는 14만원 아래로 내려왔다. 시장 기대치를 충족했던 1분기와 달리 올해 2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시장 기대치는 매출액 6527억원, 영업이익 2108억원이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매출액 5754억원, 영업이익 19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3.8% 감소한 수치다. 2분기 실적 공개 후 올해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이 이어졌고,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개인 주주들이 주가 반등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합병 효과도 크지 않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17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안을 결의했다. 이전까지 합병 기대로 올랐던 주가는 이사회 결의 이후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셀트리온 실적과 연동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 흐름도 별반 다르지 않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 2분기에 영업이익 341억원을 기록해 시장 기대치 546억원을 밑돌았다"며 "미국 직접 판매 비용과 연구개발비 증가로 영업이익률은 전분기 대비 4%포인트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아직 뚜렷한 주가 반전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합병을 계획대로 마무리하면 내년에 매출액 3조5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합병 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으로부터 바이오시밀러를 매입하는 원가 이하로 해외 시장에서 판매하지 못했다. 약가가 저렴한 국가에서 영업하기가 어려웠다. 합병하면 셀트리온의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공급가격을 정할 수 있다. 원가율이 낮아지고 가격 협상 여력이 커지면 판매 지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지역에서 직접 판매로 전환하면서 고정비 비중이 커졌다"며 "실적 개선을 위해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합병 기대효과에도 증권가 일각에선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합 셀트리온의 내년 시장 기대치는 3조3000억원 수준"이라며 "미국과 유럽에서 실적에 영향을 줄 만한 소식을 확인하기 전까지 추정치를 올려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이후 실적 기대치가 높지 않다 보니 기관 투자가와 외국인의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기관은 지난 8월1일부터 전날까지 63만주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33만주 매도 우위를 보였다.
서정진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은 지난 12일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나서서 합병 이후 셀트리온이 추진 중인 신사업에 관해 설명했다. 서 의장은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3'에 연사로 나섰다. 그는 셀트리온이 독자적인 의료데이터뱅크를 구축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효능을 보일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바이오파운드리로 실험을 진행하면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카이스트 박사 출신인 서 의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셀트리온 정기주주총회에서 "능력과 네트워크가 있는 서 의장과 함께 제품 개발, 인수합병(M&A) 관련 사업을 긴밀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을 앞두고 1984년생 서 의장이 공식 석상에서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언급한 것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셀트리온이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선도 업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서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은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소다. 개인 주주 사이에서 서 회장에 대한 신뢰도 높다. 2021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서 회장이 2년 만에 복귀할 때 반대 목소리가 크지 않았던 이유다.
빠른 결단력과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한 서 회장을 오랜 기간 지켜본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 서 의장에 대한 신뢰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합병이 승계 과정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서 의장이 공식 석상에 나섰지만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승계 이슈는 주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합병만으로도 불확실성이 작지 않은 데 통합 셀트리온을 이끌 리더십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하는 이슈"라고 설명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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