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목적 바꾼 2대주주…주주제안 전까진 다올투자증권 폭풍전야

박형수 2023. 9.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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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씨 등 2대주주 '일반투자목적'→'경영권 영향' 변경
내년 3월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하려면 보유 목적 분명히 밝힐 필요
증시 부진으로 이사 후보 추천 가능성 등 고려할 가능성

다올투자증권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바꾼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올투자증권 경영에 참여하기 위한 주주제안에 나서거나 배당 확대와 같은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 지분 14.34%(873만6629주)를 보유한 김 대표와 최순자 씨, 순수에셋 등은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목적'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했다.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이라고 변경함에 따라 김 대표 측은 ▲이사 및 감사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회사의 합병, 분할과 분할합병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김 대표 측이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 측은) 다올투자증권 지분을 매입하는 데 3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며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도 없이 투자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다올투자증권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2억6000만원에 불과했다. 7월 25억2000만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김 대표와 공동 보유인들이 주식을 집중 매입한 4월 말에는 하루에 수백억원어치가 거래됐지만 최근 거래량은 급감했다. 다올투자증권 하루 평균 거래대금을 고려했을 때 김 대표가 차익실현에 나섰을 때 주가가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2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팔기 시작하고 공시로 이를 알리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 급등을 기대했던 주주들이 이탈하면 김 대표 측은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김 대표와 공동 보유자인 최씨는 지분을 취득하는 데 각각 152억원, 141억원을 들였다. 사업소득과 금융소득 등으로 자금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순수에셋은 취득자금 22억원을 모두 김씨로부터 차입했다. 주당 평균 매수가격은 3610원이다. 25일 종가는 4075원으로 12.9% 평가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장내에서 차익을 실현하기에 시장 상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달 1일 코스피는 2668.21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현재 지수는 25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전월 대비 감소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으로 주식시장의 상대적인 매력도가 낮아졌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점도표 전망을 상향하면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 상장사도 아닌 증권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면서 한 가지 엑시트 전략만을 세우진 않았을 것"이라며 "시장 상황과 주가 등을 고려해 보유 목적 변경 시기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은 중요한 사항을 거짓으로 보고하거나 중요한 사항의 기재를 누락한 자는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하는 부분 중 위반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결권 제한 기간은 6개월 이내에서 금융위원회가 정한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온전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보유 목적을 명확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

김 대표 측은 최근 국내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후보 추천 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지난 20일 투자목적을 변경하고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안하고 회사 경영상황을 개선하고자 보유목적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는 "리스크 관리나 대응방안 등과 관련해 회사 측에 답변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구체적인 답변이 없었다"며 "주주가치 증대와 경영상황 개선을 실현하기 위해 경영참여로 보유목적을 변경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2대주주의 서한에 대해 현행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답변했다"며 "2대주주라고 해도 일반 주주나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자료까지 제공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가 보유 목적을 변경한 이후 다올투자증권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공시를 게재한 다음날인 21일 장 초반 4645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4100원으로 마감했다. 2대주주가 주주 제안을 하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염두에 둔 지분 확보 경쟁은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지분율을 높이거나 우호 주주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이른 감이 있다.

여의도 일각에선 김 대표가 보유 지분율을 10% 이하로 취득한 점에 대해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대주주 사전 심사 승인제도를 통해 출자능력, 건전한 재무 상태, 신용 등을 심사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본인이 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을 10% 넘게 보유하고 있으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된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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