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서 현금·금괴 뭉치 압수된 미 상원의원 “사악한 검찰” 사퇴 거부
자택에서 금괴가 압수된 미국 민주당 중진 의원이 무죄를 주장하며 당내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연방 검찰에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뉴저지)이 이날 지역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검찰 기소 내용은 사악한 검찰의 주장일뿐"이라며 사법절차가 끝나면 "면죄부를 받고 계속 뉴저지의 상원의원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뉴욕 맨해튼 연방지검은 지난 22일 메넨데스 의원 부부를 기소하면서 자택 옷장 등에서 55만 달러(약 7억3000만 원)의 현금과 함께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 상당의 금괴 13개를 압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또한 검찰은 메넨데스 의원 부부가 현금과 금괴 외에도 벤츠 승용차를 뇌물로 받았고, 주택 대출금 일부도 사업가들에게 대납시킨 사실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메넨데스 의원은 "검찰이 각종 사실을 악랄한 프레임에 짜 맞췄다"며 오히려 검찰을 비난했다.
검찰은 메넨데스 의원과 그의 아내가 이집트 정부와 뉴저지의 사업 동료들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뇌물을 받았다고 기소했다. 그의 집에서 나온 돈 봉투에는 사기로 기소된 사업가의 지문이 찍혀있다.
쿠바 이민자 출신인 메넨데스 의원은 "내 정적들은 히스패닉 혈통의 이민 1세대가 연방 상원 의원이 된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인종차별 문제까지 거론했다. 그는 집에서 거액의 현금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저축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해 집에 보관하는 습관이 있으며, 이는 공산주의 쿠바에서 살았던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괴와 벤츠 승용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퇴장했다.
이와 함께 메넨데스 의원은 검찰 기소 후 당내에서 확산하는 의원직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난 앞으로도 상원의원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분명하게 거부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메넨데스 의원과 가까운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를 필두로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타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민주·뉴욕) 연방 하원의원은 메넨데스 의원이 인종차별을 언급한 데 대해 "나도 히스패닉 정치인으로서 정치 시스템에 편견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메넨데스 의원에 대한 기소 내용은 너무나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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