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 될 것"…주택공급난 풀고, 수요 늘리기는 뒷짐 왜
정부가 추석 전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주택공급 대책’에는 오피스텔 주택 수 배제 등 세제 혜택과 대출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수요 진작책은 제외된다. 또 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지역에는 신규 공급 대책이 없다. 또 이전 정부가 발표했던 ‘OO만 가구 공급’ 등의 대규모 물량 공급 또한 이번 대책에는 없다. 2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이런 내용의 공급대책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시장의 한 축인 수요 측면에서도 유인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져야 주택 건설업자들도 서둘러 집을 더 많이 지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대출·세제 혜택 등 수요자들을 움직일 만한 방안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두성규 목민경제연구소 대표는 “현 정부 들어 주택공급 지표가 문재인 정부 때보다도 급격하게 떨어졌다”며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학습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현재 시장을 진단했다.
통상 아파트 등은 착공 이후 2~3년 뒤, 인허가 이후엔 3~5년 뒤 입주가 이뤄진다. 부동산 침체기에 미분양 등 여파로 인한 사업 지연이 이어질 경우 빠르면 2~3년 뒤 공급 부족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임기 내내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불안 심리가 확산했지만 이를 해소하지 못했고, 결국 집값 폭등을 야기한 주요 원인이 됐다.
이런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이번 정부는 일단 향후 공급난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잠재우면서도, 투기 수요를 자극하진 않겠다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수요자를 움직일 수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이번 공급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면 오히려 최근의 집값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이번 대책에는 사전 청약 등을 통해 기존의 3기 신도시 공급 일정을 앞당기고,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콤팩트시티 등 신규 공공주택지구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2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민간 부분의 공급을 푸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 부문에서 내년에 공급하기로 한 것을 앞당겨오는 것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3기 신도시 공급을 앞당기는 데에는 의문부호도 나온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아닌 데다, 3기 신도시는 토지 보상 지연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사태 여파로 당초보다 1~2년가량 사업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확대 등에 대해서도 “희망 고문만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는 2021년 7월부터 3기 신도시 1만6111가구의 사전 청약을 진행했고, 올해 연말까지 3306가구를 추가로 받을 계획이었다. 당초 사전 청약으로부터 1~2년 이내에 본청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본청약이 확정된 곳은 없다. 이에 대해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3기 신도시 공급 일정 단축과 함께 물량 확대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비아파트 공급 부족 심각 수준
실제 주택 공급량의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만7278가구로 1년 전 같은 기간(29만5855가구)보다 29.9% 감소했다. 이 기간 10년 평균 인허가 물량과 비교하면 30.7%가 줄었다. 1~7월 전국 주택 착공은 10만229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1%, 10년 평균치보다 62.6% 줄었다.
인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모두 준공 단계까지 이르는 것은 아니다.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인허가 물량의 19% 수준이 준공(입주)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인허가 단계에서 충분한 물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공급 부족이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체 주거상품인 오피스텔, 빌라,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 위축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1~7월 서울의 빌라(다세대·연립) 인허가 물량은 1만61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4734가구에 비해 76.3% 줄었다. 올해 7월까지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10년 평균보다 71.6% 감소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분양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 데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금리가 10%를 넘어가고 있어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이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민간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 지원책도 함께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총량을 확대하는 방안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지역과 연 보증 규모 확대 등도 거론되고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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