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도 버티는 강판…현대 전기차, 그렇게 도요타 눌렀다
치열해진 전기차 플랫폼 전쟁
■ 현대차연구
「
전기차 시대는 ‘뼈대’부터 다릅니다. 차의 ‘뼈대’인 플랫폼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가 디자인부터 다르죠. 특히 화재 위험 등이 있는 배터리를 보호하는 초고강도 강판은 총알이 뚫지 못할 정도로 단단하면서도 가벼워야 합니다. 결국 ‘철’이 문제인데, 여기에 현대차의 강점이 있습니다.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일괄 체계를 갖춘 세계 유일의 자동차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
‘자동차 회사의 명운을 결정하는 건 플랫폼이다’. 이 오래된 격언이 전기차 시대에 다시 주목받는다.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5를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앞서 나가는 것도, 세계 1위 도요타가 전기차 앞에서 위축되는 것도 플랫폼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의 배터리를 보호하는 초고강도 강판은 총알이 뚫지 못할 정도로 단단하고 가벼워야 한다. 치열한 전기차 경쟁의 수면 아래에선 더 치열한 플랫폼, 그리고 쇠(철) 경쟁이 있다.
자동차 플랫폼은 사전적으로 ‘모델과 타입을 아우르는 주요 부품의 호환 패키지’를 뜻한다.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파워트레인 등 자동차에 필수적인 요소와 뼈대(차체) 부분을 말한다.
자동차는 차체를 중심으로 모터(엔진), 감속기(변속기)를 배치하는데, 이를 아우르는 게 플랫폼이다. 자동차는 서로 다른 모델이라도 플랫폼을 공유한다. 국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판매량 1·2위를 다투는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2020년 12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선보였다. 개발에 4년 넘게 걸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기차를 기회의 영역으로 인식하자”며 전용 플랫폼 개발을 결정했고, 주요 고비마다 직접 점검했다고 한다. 그 이후 현대차는 확 달라졌다. E-GMP로 내연기관을 ‘지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GMP 플랫폼 전기차는 차체 앞부분이 기존 내연기관 차체와 달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E-GMP의 시작점에는 가볍지만 단단한 철인 초고강도 강판이다. E-GMP에는 현대제철이 생산한 초고강도 강판이 60% 이상 쓰인다.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연구소 로비에선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한 차체가 눈길을 끈다. 현대제철과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지난해 1.8㎬(기가파스칼) 초고강도 핫스탬핑 강판 양산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1㎬은 가로·세로 1㎜ 크기 재료가 무게 100㎏을 버티는 강도다. 현대제철은 1.8㎬ 초고강도 강판을 제네시스 전기차 G80과 G90, 기아 EV9에 공급한다. 권태우 현대제철 판재개발실장(상무)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음 세대 초고강도 강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하반기 2.0㎬ 초고강도 핫스탬핑 강판을 시험 생산한다. 성공하면 세계 최초다.
경쟁자로 주목하는 건 일본이다. 신일본제철이 올해 중으로 2.0㎬ 초고강도 강판의 시험 생산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제철소도 초고강도 강판 기술을 개발 중이다. 가볍고 단단한 소재가 중요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로 인해 차량 중량이 동급 내연기관 차보다 400~500㎏ 늘어난다. 사고가 발생 시 그만큼 충돌 에너지가 늘어난다. 승객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차량 경량화가 필수다. 초고강도 강판의 상업 생산은 황금 비율을 찾는 과정이다. 강도를 높이기 위해 탄소·망간·인 등 합금 비율을 다르게 해 테스트한다.
현대제철이 초고강도 강판 개발에 주력하는 건 항공 모빌리티 소재 개발 목적도 있다. 정의선 회장은 2019년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동시에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차세대 플랫폼 명칭은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이다. 당초 ‘eM’과 ‘eS’라는 프로젝트명으로 불렀는데, 최근 각각 ‘승용형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용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으로 부른다. 차세대 전기차는 PBV까지 영토를 넓히겠다는 의미다.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은 셀-모듈-팩 3단계로 구성된 배터리 공정을 셀투팩(Cell-to-Pack) 2단계로 간소화할 방침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6월 열린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새로운 전용 플랫폼은 현재의 E-GMP 대비 차급 커버리지가 거의 모든 차급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E-GMP의 경우에는 내년에 아이오닉7 등 현대차그룹 기준 6개 차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2세대 전용 EV 플랫폼은 2030년까지 13개 차종을 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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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테슬라·비야디에 포위당해도 현대차 500만대 활로 찾았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4961
② 이해진의 남자 붙잡은 정의선, 그가 준비한 ‘2025년 전쟁’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3044
③ 밥 짓는 아줌마부터 잘랐다…현대차 노조, 그날의 선택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9484
④ “그르렁” 차쟁이 유혹한다…왕따 당하던 N브랜드 반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7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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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현·김수민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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