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의 행복한 북카페] 집에 환자가 생겼다, 내 삶이 무너진다
몇 년 만의 회식이다. 하지만 민성씨는 어머니 간병을 위해 집에 가야 한다. 1970~80년대에는 가족이 입원하면 전업주부인 엄마나 며느리가 병원에서 숙식 간병하는 게 상식이었다. 기대수명이 짧았던 만큼 간병 기간도 길지 않았다. 이후 의학은 놀랍게 발전했고, 많은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가족 돌봄의 시간도 길어졌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유영규)은 남이 아닌, 바로 내일 나의 모습일 수 있다.
2023년 현재 간병이 필요한 환자는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3년 뒤 2026년이면 3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략 10가구 중 한 집에 환자가 있고 누군가 돌봐야 한다. 출산과 육아는 선택이지만, 내가 환자가 되는 일, 내가 간병인이 되는 일은 벼락처럼 벌어진다. 『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김형숙 외)은 간병 가족의 절망과 한계 상황을 보여준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요양원에 가야 한다”는 말은 현대판 “호랑이가 온다”는 말처럼 두렵다.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우에노 치즈코)는 일본간병보험 20년의 명암과 간병의 사회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이래 간병인은 ‘교대 없는 24시간 입주’ 근무만 되니,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기괴한 해악을 낳고 있다. 신원 확인도 안 되는 무자격자들의 학대 상황도 자주 보고된다. 코로나 이전처럼 병원의 간병자 교대가 다시 허용돼야 한다. 최소 하루 2교대만 되도, 간병 인력 풀이 훨씬 늘고, 가족이 퇴사 없이 환자를 돌볼 수 있다.
무자격자 간병비가 입원비보다 훨씬 비싸고 30대 여성 중위 소득 270만원의 2배에 달하니, 결국 가족은 직장과 생업을 포기한다. 사무·주방 등 노동인력이 사라지는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경력단절 140만 명 중 간병 비중을 볼 때다. 3년 후 재택환자 300만 명, 간병가족 300만 명, 무려 600만 명이 우리나라의 일터에서 증발할 수 있다.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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