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부담에…'알짜지분·자사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 러시
조달비용 절감 목적…자금 사정 개선 때 지분 회수 가능한 이점도
시장금리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지면서 알짜 계열사 지분이나 자사주를 활용해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당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나중에 상황이 개선되면 채권 원리금을 상환해 교환 대상으로 내놓은 지분을 되찾아올 수 있다는 이점이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SK에코플랜트와 LS네트웍스, 패션그룹형지가 동시에 EB를 발행했다. 각각 3236억원, 256억원, 18억원 규모다. 패션그룹형지는 이번 소규모 EB 발행 외에도 여러 차례 EB를 반복적으로 발행해왔다. 이날 제이에스코퍼레이션도 100억원어치의 EB를 발행했다. 티피씨, 나무기술, 남성, 진우엔지니어링 등도 최근 E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달 들어 EB를 발행한 기업만 9개사에 이른다.
EB는 발행 기업이 EB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않으면 투자자가 회사 보유의 다른 회사 주식이나 자사주로 바꿔갈 수 있는 채권이다.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상장 계열사 주식, 발행사가 상장사인 경우 자사주를 주로 교환 대상으로 활용한다. 비상장사 지분의 경우 당장 유동화하기 어려워 잘 활용되지는 않는다.
SK에코플랜트는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는 30년 만기의 영구EB를 발행하면서 비상장 계열사인 대원그린에너지 보통주를 교환 대상으로 내놓았다. 대원그린에너지는 SK에코플랜트가 인수한 폐기물 처리 자회사다. 도시환경, 제이에이그린, 디디에스, 새한환경, 그린환경기술, 이메디원 등 7개사를 하나로 합병해 이달 초 출범했다. 대원그린에너지는 유상감자를 거쳐 다시 7개 환경 자회사로 물적분할된다.
IB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EB 발행과 환경계열사 합병→유상감자→물적분할 등을 활용해 인수합병(M&A)에 사용했던 수천억원의 유동성을 다시 확보했다"면서 "SK에코플랜트가 현재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 신주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EB를 조기 상환하고, 유동성 확보에 사용한 대원그린에너지 지분을 다시 찾아오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EB를 발행한 LS네트웍스와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보유 자사주를 EB의 교환 대상으로 삼았다. 비상장사인 패션그룹형지와 진우엔지니어링은 각각 상장 계열사인 까스텔바작, 제이앤티씨를 교환 대상으로 내놓았다. 지난 3월과 5월 500억원씩의 EB를 발행한 아이에스지주와 세종텔레콤은 핵심 계열사인 아이에스동서와 투자 주식인 삼성전자 보통주를 교환 대상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핵심 사업 자회사나 알짜 투자주식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이유는 지분을 팔지 않으면서 낮은 조달 비용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 조달 대책이다. 올해 EB 발행 35건 중 6건을 제외한 29건이 모두 0%의 표면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올해 들어 EB를 발행한 기업 중 1~2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자체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렵거나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두 자릿수 이상의 고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교환 대상으로 내놓은 주식을 일종의 담보로 내놓으면서까지 조달 금리를 아끼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LG화학도 조달 비용 절감을 위해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외화EB 발행을 추진 중이다. 교환 대상은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 총 369만4824주로, 전체 주식의 1.9%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 부진과 배터리 투자로 차입금이 늘면서 국제 신용등급(BBB+)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시장금리 상승에다 신용도 악화로 외화 조달 비용이 많이 오르면서 EB 발행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시장금리 상승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지면서 보유 주식을 활용해 EB를 발행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면서 "알짜 상장사 주식이나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들의 EB 발행이 한동안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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