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VC 캡스톤 코스닥 노크…상장 VC 18개사 현주소는
올 들어 영업수익·영업이익 개선된 곳은 5곳에 불과
하반기에는 여전한 혹한기…모태펀드 예산 늘어나는 내년에 반등 기대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벤처캐피탈(VC)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세대 VC 캡스톤파트너스가 기업공개(IPO)에 나선 가운데 기존 상장 VC들의 현주소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증시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대성창투, 엠벤처투자, DSC인베스트먼트 등 18개사가 입성했다. 다만 상장 후 이들의 실적과 주가는 신통치 않다. 주가는 대부분 공모가를 밑돌고 있고, 실적도 부진한 편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캡스톤파트너스는 오는 11월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한국거래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2008년 설립된 캡스톤파트너스는 1세대 VC로 평가받는다. 올해 코스닥 IPO 최대어였던 파두를 비롯해 컬리, 직방, 당근마켓 등을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수익은 33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37%, 84.67% 감소한 수치다.
이번 상장에서 약 160만주를 공모한다. 주당 공모 희망가 밴드는 3200~3600원으로 최대 공모 예정 금액은 약 57억원이다. 다음 달 16부터 20일까지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다. 10월 26~27일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캡스톤파트너스가 코스닥에 입성하면 증시에 상장된 VC는 총 19개사로 늘어난다. 현재 VC 상장사는 스틱인베스트·대성창투·리더스기술투자·린드먼아시아·엠벤처투자·큐캐피탈·에이티넘인베스트·TS인베스트먼트·DSC인베스트먼트·아주IB투자·SV인베스트먼트·SBI인베스트먼트·우리기술투자·나우IB·미래에셋벤처투자·스톤브릿지벤처스·LB인베스트먼트·컴퍼니케이 등 18개사다.
VC의 올해 주가는 신통치 않다. 18개사 중 14개사의 주가가 지난해 말 대비 하락했다. 주가 하락폭이 가장 큰 VC는 LB인베스트다. 올해 3월 상장한 LB인베스트 주가는 3월30일 최고가인 8400원을 기록한 후 계속 하락하며 지난 22일 4330원에 마감했다. 고점 대비 52.47% 떨어졌다. 이어 대성창투와 엠벤처투자는 지난해 말 대비 각각 36.57%, 28.17% 밀렸다. 또 SBI인베스트먼트, TS인베스트먼트는 20% 넘게 하락했다. 우리기술투자, 스톤브릿지벤처스, DSC인베스트먼트, 리더스기술투자 등도 10% 넘게 밀렸다.
지난 연말 대비 올해 주가가 오른 VC는 4개사다. 스틱인베스트먼트 주가가 지난해 말 대비 25% 상승했다. 이어 린드먼아시아(23.91%), 미래에셋벤처투자(15.46%),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9.16%) 등의 순이다.
실적 측면에서도 부진한 업체가 많았다. VC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며 "스타트업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출자자(LP)들의 투자도 사실상 멈췄다"고 말했다. 상장 18개 VC 중 14개사의 2021년 대비 2022년 실적이 급감했다. VC의 매출구조는 펀드 운용에 따라 수령하는 기본 관리보수, 펀드 운용 성과에 따른 성과보수, 펀드에서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평가이익 등이다.
올해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18개 업체 중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이 개선된 곳은 5곳에 그쳤다. 우리기술투자는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이 각각 544억원과 437억원이다.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1.13%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영업수익 개선의 가장 큰 배경은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평가이익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이 항목의 영업수익은 64억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46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아주IB투자의 영업수익은 지난해 상반기 38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05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1억원에서 153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수익을 구성하는 항목 중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수수료 수익은 82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153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상반기 여러 투자 성과를 거뒀다. 나노팀·지아이이노베이션·큐라티스·셀바이오휴먼텍 등이 증시에 입성했다.
이들과 달리 미래에셋벤처투자는 부진했다. 지난해 상반기 1492억원이었던 영업수익이 올해 상반기 931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도 487억원에서 27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만 2분기 기준으로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2분기 영업이익이 241억원으로 1분기 32억원 대비 653% 증가했다. 몰로코·크로노24 등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 덕분이다.
스톤브릿지벤처스도 영업수익이 214억원에서 93억원으로, 영업이익도 130억원에서 46억원으로 급감했다. 성과보수의 감소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스톤브릿지벤처스의 성과보수액은 4억9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4억원 대비 급감했다. 회사 관계자는 "관리하는 펀드 증가로 관리 보수는 늘었지만 지난해 청산하는 펀드가 많이 발생해 성과 보수가 줄어든 측면이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VC 업계의 실적 반등은 한동안 어려울 전망이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이 여전해 투자 혹한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벤처 투자액은 2022년 7조6442억원에서 2023년 4조4447억원으로 41.9% 줄었다. VC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업황도 상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신규가 아닌 후속 투자가 대부분이라 초기 기업들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에는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내년 모태펀드 출자예산을 올해 대비 44.8% 늘어난 4540억원을 편성하기로 결정했다. VC업계 관계자는 "모태펀드 예산이 증액되는 등 정부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만큼 투자사들도 여기에 발을 맞추면서 내년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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