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다중 외교의 양면성

2023. 9. 25.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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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외교사에 있어 꼭 기억돼야 할 명장면이다.

박 대통령은 전승절 참가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이 "미국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실행에 옮겼다.

최근 당시 외교부 장관을 지낸 인사는 전승절 참가가 한국에 7가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판단했고 한국 외교가 미래로 향하는 기회의 문을 열게 됐다고 회상했다.

러시아는 이미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양국 관계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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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군사안보 교수


# 장면1=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를 방문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태우고 골프 카트를 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동맹은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게 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도 단기간 마무리 지을 태세였다. 광우병 발병으로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도 다시 먹을 수 있게 됐다.

# 장면2=2015년 9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70주년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톈안먼 망루에 섰다. 민주 진영의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그해 10월 16일에는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까지 가졌다. 곧이어 12월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나왔다. 다음 해에는 사드 배치가 결정됐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체결됐다.

우리 외교사에 있어 꼭 기억돼야 할 명장면이다. 박 대통령은 전승절 참가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이 “미국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실행에 옮겼다. 최근 당시 외교부 장관을 지낸 인사는 전승절 참가가 한국에 7가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판단했고 한국 외교가 미래로 향하는 기회의 문을 열게 됐다고 회상했다.

윤석열정부가 시작된 지도 거의 1년 하고도 반이 됐다. 돌아보면 짧은 시간에 외교사에 잊어서는 안 될 명장면들을 새기고 있다. 윤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과의 48초 만남만으로도 명장면을 찍기에 충분했다. 일본을 방문해 오므라이스도 먹고 게이오대학에서 강연을 한 덕분에 그동안 싸늘했던 한·일 관계가 따뜻하게 복원됐다. 3·1절과 광복절 기념사에서는 일본을 파트너로 끌어안는 담대함을 보여줬다.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에 더해 러시아에 대해서는 경제 제재를 예고했다. 중국을 향해서는 대만해협에서 힘에 의한 현상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러시아와 중국 눈치 보지 않고 당연히 할 말을 했다는 소신에서라고 믿고 싶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어떻게 생각하든 한·미 워싱턴선언과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 성과는 스스로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 북·러에 대해 아세안과 유엔 무대에서 당당하게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러시아는 이미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양국 관계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러의 무기 거래를 우려해야 할 것이 아니라 한·러 관계 자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 때문일까. 이번 정부는 다시 중국을 끌어안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혹 북·러의 접근으로 중국이 소외됐다고 생각한 때문이거나 북·중·러 삼각고리에서 약한 고리가 중국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에 한덕수 총리가 참석해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한·중 관계에 어떤 돌파구가 생길 것인지는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연계해 시진핑 방한이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과거의 발자취는 미래의 나침반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 시기 미·중 관계에서 보였던 명장면에 대해 유독 이명박·박근혜정부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이번 정부에서 어떻게 회상할지 궁금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 제재에 동참한 나라들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면서 한국은 제외했다. 외국 기업을 잘 방문하지 않아온 시진핑이 한국 기업을 방문해 관계 개선 제스처를 보냈다. 이번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할 말을 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중국에 기웃거린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가들이 줄타기 외교, 다중 외교가 아니라 ‘다중이 외교’라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군사안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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