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구조는 이상적인 ‘종형’이 되었습니다 [편집장 레터]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3. 9. 24.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북유럽 모델·파격적인 금액 지원 모두 별 성과 없어
저출산은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 ‘상수’로 둬야 할 수도

대한민국에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저출산과 교육을 꼽고 싶습니다.

저출산 대책을 논할 때 모든 이가 일률적으로 두 가지 얘기를 합니다. 북유럽을 벤치마킹해 ‘인간처럼 살 수 있는 나라’ ‘행복도 높은 나라’ ‘사회가 아이를 키워주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쪽과 싱가포르처럼 아이를 낳으면 파격적인 금액을 지원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죠. 그런데 말입니다. 저출산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서형수 전 국회의원은 “사실은 두 모델 모두 실패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 생각”이라고 못을 박습니다. 싱가포르도 출산율 1.05명으로 저출산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북유럽도 출산율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우리가 매일 ‘핀란드처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핀란드의 경우 2010년과 2021년을 비교했을 때 출산율이 무려 21.9%나 하락해 유럽에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국가 자리에 올랐습니다.

당신에게는 방법이 있나? 슬프게도 없습니다(모른다 해야겠죠). 단골 해법으로 이민이 얘기되지만, 이민도 대안은 아닙니다. 지금 저출산은 정도의 차이일 뿐, 일부 몇 개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당면한 문제입니다. 동남아도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 것이므로 ‘동남아 사람을 대거 이민자로 받으면 된다’는 생각 또한 현실화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결국 저출산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 상수로 둘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2000만명이 될지, 1000만명이 될지 모르는 대한민국 인구수에 맞춰 새로운 인프라와 제도를 고민하는 것이 지금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해봅니다.

저출산을 상수로 두는 것까지는 그렇다지만, 문제는 극히 왜곡될 인구 구조입니다. 인구 1000만명에 그중 500만명이 초고령자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소설집 ‘나무’에 수록된 ‘황혼의 반란’이 떠오릅니다.

정부는 사회보장 적자가 노인 때문에 생긴다고 난리를 치고 정치인들은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합니다. 노인을 불사조 로봇으로 만들 수 없다며 인공심장 생산을 중단시키고, 약값과 치료비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합니다. 의사들은 마구잡이식 생명 연장이 문제라며 75세부터는 약을 쉽게 처방해주지 않죠.

젊은이보다 노인에 훨씬 가까운 나이지만 분노가 치밀기보다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당장 연금 개혁 문제로 폭동 수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프랑스만 봐도, 미래에 저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까요.

베르베르도 아니면서 혼자 소설을 끄적거려 봅니다.

‘존엄사’가 합법화되면서 존엄사를 선택하는 노인이 늘고 있습니다. 내 다리로 걷고 내 머리로 생각할 수 있을 때나 나이지, 내 다리로 걷지 못하고 내 머리로 생각하지 못할 때도 나인가 하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입니다. 그래서 인구 구조는 끔찍한 ‘역삼각형’이 아닌, 이상적인 ‘종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해피엔딩일까요? 새드엔딩일까요?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를 맞아 ‘인구절벽 속 살아남은 지자체’ 기사를 준비하면서 해본 몽상(?)입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8호 (2023.09.27~2023.10.10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