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소' 아내는 수억 빚 있었다…송파 일가족 5명 사망사건

김민정 2023. 9. 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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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송파동 등 3곳에서 일가족 5명이 사망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전날(23일) 추락사한 40대 여성 A씨의 과거 채무관계 등 금전거래 내역을 추적하고 있다. A씨가 생전 2억원대 사기 혐의로 피소되는 등 가족 간 채권·채무 관계와 함께 다른 이들에게 거액의 빚을 지고 있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24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월 지인 3명으로부터 각각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고소인들이 주장하는 금전적 손해는 도합 약 2억7000만원이었다. 이들은 A씨가 평소 주변에 수익을 약속하면서 투자금을 받아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전날 A씨가 숨지기 전까지 A씨를 불러 조사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A씨는 또한 숨진 시어머니와 시누이 등 시댁 식구들과도 비슷한 방식으로 채무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채 발견된 서울 송파동 빌라 앞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김민정 기자


앞서 A씨는 전날 오전 7시29분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졌다. A씨의 친정집이 있는 아파트였다. 경찰은 A씨의 동선을 역추적하던 중 전날 낮 12시쯤 A씨가 살던 서울 송파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A씨의 남편과 시어머니·시누이 등 3명이 숨져 있는 걸 확인했다. A씨가 지난 22일 투숙했던 김포의 한 4성급 호텔에서도 A씨의 초등생 딸을 발견했지만, 이미 사망한 뒤였다.

송파동 다세대주택 현장에선 A씨의 남편과 시누이가 각각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발견됐다. 여기엔 “채권·채무 문제로 가족 간 갈등이 있었다“ “A씨가 수억원을 빌려갔지만 돌려주지 않았다. 사기를 당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경찰은 A씨가 시집 식구들이 살던 집 보증금과 시누이의 월급 등도 투자 명목으로 받아간 정황을 포착했다.

A씨에게 보증금 등을 빌려준 시모와 시누이는 최근 A씨 부부의 집으로 이사해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A씨와 함께 지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 중 한명은 구청에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지도 문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최근 2명이 이사를 온 직후 일가족 중 1명이 복지 상담을 받았다”며 “그러나 재산 기준이 초과돼 실제 기초수급자 판정은 어렵다고 안내했고, 이후 신청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편을 포함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송파구 빌라 앞에서는 약 100만원의 카드 연체 채무금 추심을 위한 방문 통지서가 발견됐다. 김민정 기자


경찰은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A씨와 시댁 식구들 사이 돈 거래가 이번 일가족 사망 사건의 1차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의문점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A씨가 가져간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경찰은 A씨가 주변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투자해 실패했거나, 실제로는 사적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 등 여러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A씨의 계좌 등을 들여다 보고 있다.

A씨 남편과 시댁 식구들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이들의 형편이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웠는지 등도 추가로 확인 중이다. 경찰은 요금 체납 때문에 몇 달 전 이들이 살던 집에 전기와 수도 등이 끊긴 사실을 파악했다. 실제 해당 다세대주택 우체통에는 1년 넘게 밀린 도시가스요금 체납 안내서와 연체 채무금 추심 고지서 등이 꽂혀 있었다. 그러나 이웃들은 A씨 가족들의 평소 생활 모습이나 보유한 차량 등을 봤을 때 생계에 어려움이 있는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했다. 한 이웃 주민은 “A씨 가족은 여느 가족과 같았고 시끄러운 일도 없었다. 특이한 점이 없어서 채무에 시달리는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20일 전쯤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다 최근 가구 등을 내놓은 것을 본 적이 있긴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각각 떨어져 지내던 A씨와 딸, 그리고 남편을 포함한 시댁 식구들이 지난 22~23일 이틀 새 모두 사망한 것도 여전히 의문이다. 경찰 조사에서는 A씨와 남편 등이 사망 이전에 관련 계획을 논의하거나 의도적으로 날짜를 맞춘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일가족의 죽음과 관련해선 “외부침입 등 범죄와 관련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다만 A씨의 10대 딸의 경우 지난 22일 A씨와 함께 호텔에 투숙했다가 전날 A씨만 빠져나온 점에 비춰 A씨로부터 살해 당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A씨를 제외한 나머지 일가족 4명의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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