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때보다 높아진 의전…시진핑∙한총리 회담, 中배석에 담긴 속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중 양자 회담을 갖고 한국과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시진핑 3기 출범 및 코로나19 이후 이뤄진 한국의 최고위급 정부 인사의 방중을 계기로 이뤄진 회담에는 역대 한·중 양자 회담 가운데 중국 측 최고위급 요인이 배석했다.
이날 시 주석의 공개 발언과 중국 측 발표문 모두 우호적이었다. 시 주석은 회담에 앞서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시대 흐름에 맞게 나아가고 끊임없이 발전시키기를 원한다"는 ‘여시구진 부단발전(與時俱進 不斷發展)’ 여덟자로 관계 개선을 희망했다.
시 주석은 환영 오찬장에서 한 총리에게 “비행기로 세 시간이면 오나” 물었고, “비행 시간은 1시간 반”이라는 대답에 “아 정말 한·중 양국이 가까운 나라구나”라고 말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회담 후 나온 중국 측 보도자료도 “한국이 선린우호 정책을 견지하면서 한국이 한·중 협력에 힘쓰는 적극적인 바램을 중시한다”고 한국 측 노력을 긍정적으로 표현했다.
중국 측 배석자의 격도 전례 없이 높았다. 이날 회담에는 시 주석 양옆으로 권력 서열 5위 차이치(蔡奇), 6위 딩쉐샹(丁薛祥) 정치국 상무위원이 배석했다. 서열 24위권인 왕이(王毅)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과 부총리급의 의전을 받는 선이친(諶貽琴) 국무위원 외에도 당 최고 싱크탱크 책임자인 장진취안(江金權)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기획재정부장 격인 정산제(鄭柵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 이롄훙(易煉紅) 저장성 당 서기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까지 총 9명이 배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중 당시 상무위원 없이 양제츠(楊潔篪)·딩쉐샹 등 정치국원 2명이 배석한 것보다 높아진 의전이다. 2014년 7월 시 주석의 국빈 방한 당시엔 시 주석을 수행했던 리잔수(栗戰書)·왕후닝(王滬寧) 정치국원 2명이 배석했고 2013년 방중 때에는 국무위원과 장관급 배석에 그쳤다.
이례적인 상무위원 배석은 집권 3기에 들어서며 이제는 상무위원도 배석시킬 정도로 시 주석의 지위가 더욱 격상됐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있다. 또 중국에서 열린 만큼 중국 측 고위 인사가 다수 배석했다는 관측도 있다. 무엇보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정상회담 등 북·러 밀착에 따른 외교적 대응이 필요해진 중국의 속내가 ‘최고위급 배석’ 의전에 담겼다는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중국 측은 단 한국의 대미 중시 외교에 대한 아쉬움을 여전히 숨기지 않았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4일 “시 주석이 한국이 중·한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점을 정책과 행동에서 보여주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또 시 주석의 캄보디아 국왕, 네팔·동티모르 총리와 회담은 두 정상이 악수하는 사진을 실은 것과 달리 한 총리와는 나란히 선 사진으로 구분했다. 캄보디아·네팔·동티모르와 양자 회담 기사에는 한 총리 회담 기사와 달리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해당 국가의 지지 표명이 담겨 있다.
회담이 끝나자 중국 전문가는 한·중·일 협력 메커니즘의 재가동을 조언했다. 국가안전부 산하의 싱크탱크인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천샹양(陳向陽) 동북아연구소 부연구원은 선전위성TV에 “한·중·일 협력 메커니즘의 재가동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중·일 3국 협력은 독립적인 플랫폼이며, 전체 동북아 안보에서 신뢰 증진과 긴장 완화에 유익하고, 동북아 경제 협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리창(李强) 총리가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담과 더불어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회담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시 주석의 두 번째 정상회담을 성공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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