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연예인도 아닌 래퍼 간증에 댓글 2천개 달린 이유

신은정 2023. 9. 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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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한 사츠키. 방송 캡처

눈 바로 아래 커다란 문신이 하나씩 있다. 얼굴 바로 이어진 목에는 흔히 사탄의 상징으로 쓰는 오각형 별이 하나 더 새겨져 있다. 척 보기엔 불량해 보이는 이 여성 래퍼는 마약 중독에 빠졌던 과거에서 벗어나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하나님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여성 래퍼 사츠키의 이야기다. 그는 가장 강력한 마약으로 알려진 펜타닐 중독에 빠졌다가 극복한 일을 지난해 9월 인스타그램에 알린 바 있다. 그런 그가 최근 기독교 방송 CBS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해 변화된 삶에 대해서 나눴고 많은 이들이 “말씀을 붙들고 전도하며 진정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간증을 통해 큰 은혜 많이 받았다”며 감동했다. 이름이 알려진 인사는 아니지만, 사츠키의 유튜브 간증 영상에는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사츠키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술에 마시면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가 그랬다. 학창시절 테니스 코치로부터는 큰 폭행을 당했다. 지도자의 무자비한 폭력에 사츠키는 운동을 그만뒀고, 이후 ADHD 진단을 받기에 이른다. 사츠키는 “소위 일진 무리에 들어가면서 방황이 시작됐다”며 맞거나 혹은 때리는 등의 약육강식의 삶을 살아냈다고 털어놨다.

사츠키는 고등학생 래퍼 경연대회 겸 방송 프로그램 ‘고등래퍼’에 출연한 뒤 인생의 나락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이런저런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며 “유명해지는 과정에 어떤 오빠랑 작업실을 가게 됐는데, 거기 있는 사람들이 다 은박지를 들고 있었다. 다 저보다 나이 많은 남자들이었다. 오빠가 마약 아니고 ‘페인 킬러’라고,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고통을 없애 주는 진정제라고 했다. 강요하지 않겠다고, 나를 위해서 준다고 했다. 그렇게 제가 연기를 흡입하자마자 저한테 ‘잘 가’라고 했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걸 깨달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제게 준 것이 치사율이 굉장히 높은 마약 ‘펜타닐’이었다”고 했다.

사츠키 인스타그램

사츠키는 마약 부작용은 물론 중독 증세에 시달렸다. 가망이 없다고 느껴 스스로 생을 저버리던 차에 그는 누군가가 119에 한 신고로 극적으로 살아났다. 사츠키는 “어떻게 알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하나님께서 살려주신 거로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중독의 마수는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친한 언니라고 믿었던 지인 때문에 또다시 마약 덫에 빠졌다. 사츠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예수님을 만나고 변화됐다고 얘기를 해 줬던 지인에게 직접 연락을 했다. 그의 첫 마디는 ‘나도 하나님한테 구원받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지인 손에 붙들려 교회에 갔고 예배를 드렸다.

사츠키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예배를 드리는데 부끄러웠어요. 얼굴 상태도 좋지 않고, 문신도 있고, 누가 나를 쳐다볼 것 같았죠. 목사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설교를 하셨습니다. 중간중간 갑자기 확 졸렸어요. 눈을 감으면 나쁜 장면이 계속 생각났어요. 그때 목사님이 갑자기 찬양을 부르셨습니다. 그 찬양은 엄마가 어릴 때 불러 주던 것이었죠. 미친 듯이 울었습니다. 막 우는데 목사님이 저한테 ‘너 원래 하나님 딸이야. 알지?’ 이러시면서 제 머리를 잡고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오랜 기간 불면증으로 잠을 자지 못했던 사츠키는 교회에 나와서 쓰러졌다. 병원 입원이 필요했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병상이 없던 시절이었다. 사츠키는 지인이 구해준 공간에서 찬양을 틀고 있었다. 그때 지인이 놓고 간 성경책에서 시편을 읽으며 절절히 회개했다고 했다.

사츠키 인스타그램

사츠키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시편을 읽는데, 감동이 있었다. 악하게 살았던 제 삶이 점점 회개됐다. 이후 오빠들이 와서 예수님 이름을 부르고 회개를 하라고 했다. 오빠들이 통성으로 먼저 기도해 줬다. 그리고 제가 예수님을 부르고 나서 나온 첫 마디가 ‘자살하기 싫어요’였다. ‘마약 하기 싫다’고, ‘살려 달라’고, ‘제가 잘못한 게 많다’고 외쳤다. 내가 죄인이라는 게 깨달아졌다. 죄인인데, 하나님께서 저를 너무나 사랑하신다는 마음이 들어 왔다”며 “기도가 끝나고 성경이 너무 읽고 싶어졌다. 며칠 밤을 새웠는데도 계속 성경을 읽고, 회개하고 울면서 ‘하나님께서 하시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하면서 남아 있던 약물을 다 변기에 버리고 결단했다. 이전과 같이 살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후 사츠키는 공황장애 불면증과 허리를 펴지 못하는 등 후유증도 치유했다.

자신을 “죄인 중의 괴수”라고 표현한 사츠키는 마약에 중독된 이들을 위해 기도하거나 전도한다고 했다. 그는 “예수님 안에 있으면 완전히 해방된다. 죄의 종에서 해방돼 의의 종이 되는 것”이라며 “하나님께서 너무너무 큰 은혜를 부어 주셔서 이런 나를 변화시켜 주셨다, 우리 모두 회개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고 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복음을 전하는 일에 열심이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 이름은 ‘jesus saved satsuki’다. 그는 방송에 “하나님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을 얘기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며 “하나님을 의지하고 매달려 보시면 좋겠다. 절대 혼자가 아니다. 끝나지 않을 고난은 없다. 하나님 안에 오면 자유하다. 그래서 제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생긴다면 꼭 교회를 나가 보시면 좋겠다”고 했다.

사츠키는 방송 후 인스타그램에 “참 이 죄 많은 자 하나님이 은혜 주셔서 주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 있는 통로로 쓰임 받게 되어서 영광이었다. 많은 분이 길게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저의 간증이 드디어 CBS 새롭게하소서 를 통해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많은 분의 연락과 격려 응원 너무 감사하다. 저는 앞으로도 주님이 동행해주실 줄을 믿고 맡겨드리며 하나님 앞에 충성된 일꾼 되겠다. 공중파라서 조금 떨리고 긴장이 되어서 말솜씨가 조금 없었을 수 있는데 귀엽게 봐달라. 상황 혹은 인생이 어려운 분들께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생명을 전하는 은지가 되겠다. 다들 사랑하고 축복한다”는 방송 출연 후기를 남겼다. 사츠키는 과거 인스타그램에 한 네티즌이 ‘목에 사탄 상징인 문신만 지우면 완벽하다’고 남긴 댓글에 ‘권면 감사하다’는 답변을 달기도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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