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척추' ROTC 절반이 미달…정원 36명인데, 재학생 고작 5명

이근평 2023. 9. 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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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장교(ROTC) 경쟁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육군 학군장교 운영 대학 절반에선 정원 미달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초급간부에 대한 군 당국의 거듭된 처우 개선 약속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2월 28일 오후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 대연병장에서 열린 2023년 학군장교 임관식에서 소위로 임관하는 학군장교들이 모자를 하늘 높이 던지며 자축하고 있다. 뉴시스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육군 학군단을 운영하는 전국 108개 대학 중 생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는 54개에 달했다. 특히 경인교대는 정원 36명에 생도 재학생은 5명에 불과했다. 교원대는 69명 중 23명, 한양대는 54명 중 25명, 서강대는 43명 중 20명으로 정원의 절반 이상이 비어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놓고 초급간부 이탈 현상에 골머리를 앓는 군의 난맥상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올해 전반기 학군장교 경쟁률은 1.6 대 1를 기록했다. 2014년 4.4 대 1, 2015년 4.8 대 1, 2021년 2.6 대 1, 2022년 2.4 대 1 등 꾸준한 하락세에 이은 역대 최저치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3월 대학을 돌며 토크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지원을 독려했지만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다른 장교 등용문인 3사관학교와 학사장교 선발 상황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3사관학교의 경우 2014년 7.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뒤 2020년 4.7 대 1, 2021년 4.5 대 1, 2022년 3.6 대 1로 하락해 8년 새 반토막이 났다. 학사장교 역시 2013년 6.2 대 1을 비롯해 5 대 1 안팎이던 경쟁률이 2021년과 2022년 2.6 대 1로 줄었다.

지난 6월 23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학사사관 제68기·간부사관 제44기 통합임관식에서 신임 장교들이 임관 선서를 하고 있다. 육군

출산율 저하에 따른 병사 자원 급감의 대안으로 간부 병력 확보를 꼽고 있는 군 당국 입장에선 초급간부 부족 현상은 국방정책을 세우는 데 악재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군은 초급간부 처우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장 내년도 초급간부 처우 개선 예산은 올해 대비 515억원이 추가된 1998억원이 반영됐다. 단기복무 장교와 부사관 지원을 독려하기 위한 장려금의 경우 장교는 9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부사관은 75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초급간부 처우 개선 대책을 놓고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시각이 많다. 군 당국은 휴일·야간근무수당 신설, 당직근무비 인상 등 개선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예산 당국과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14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린 국방부·초급간부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방부


일각에선 물질적 지원 외에 간부들의 사기와 위상에도 군 당국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한 부대의 장교는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고 채 상병 사고와 관련 군 위계질서에 잡음이 터져 나오는 데 많은 동료들이 회의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경제적인 안정은 물론 명령 체계 확립 등 간부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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