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돌의 기적’ 피프티에겐 없고, BTS에겐 있는 것 [D:이슈]

박정선 2023. 9. 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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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K-POP) 씬에선 중소기획사를 중심으로 두 차례의 ‘기적’이 있었다. 중소기획사 아이돌이 쓴 기적이라는 뜻에서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린 방탄소년단(BTS)과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두 기적의 주인공은 최근 극명하게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하이브

중소기획사에서 제작한 아이돌은 대부분 데뷔할 당시 작은 투자 규모와, 낮은 화제성으로 시작하기 마련이다. 대형기획사와 비교해 자금력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시장의 한계도 분명했다. 대형기획사가 탄탄한 고정 팬층과 앞선 해외 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달리, 중소기획사가 해외 시장에서 자리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여겨졌다.

이런 가운데 먼저 ‘중소돌의 기적’은 쓴 건 방탄소년단이다. 국내 가요계에선 3대 대형기획사(SM, YG, JYP엔터테인먼트)가 존재했는데, 방탄소년단의 성장을 바탕으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가 급성장하면서 현재는 국내 4대 대형기획사로 통칭한다. 하이브가 시총 약 11조의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 바로 방탄소년단이라는 말이다.

2013년 중소기획사였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 신인상을 휩쓸고 음악방송 1위에 오르는 등 대형기획사의 아이돌을 제치고 국내 가요계에서 정상을 밟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7년부터는 유튜브와 빌보드, 아이튠즈, 일본 오리콘, 영국 오피셜 차트,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세계 유수의 차트 정상을 꿰차면서 한국을 넘어 세계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완전체로서 국내외 시상식, 차트를 휩쓸고 전 세계 초대형 스타디움을 순회하며 개최한 투어 콘서트로 글로벌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다진 이들은 UN 연설,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 등을 통해 선한 영향력까지 실천하고 있다. 완전체로서의 1막을 마친 이후엔 멤버 각각의 개성을 담은 솔로 앨범을 중심으로 한 2막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리고 지난 20일 빅히트뮤직과 전원 재계약 소식을 전하면서 2025년 다시 완전체로서의 3막을 예고했다.

ⓒ어트랙트

오랜 시간에 걸쳐 기적을 이어온 방탄소년단과 달리 또 다른 ‘중소돌의 기적’ 피프티 피프티의 기적은 단발성으로 그치고 말았다.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데뷔 4개월 만에 이름을 올렸지만, 멤버들이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지난 6월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활동을 멈췄다. 현재 멤버들 측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에 불복, 본안 소송까지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복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2의 방탄소년단이 나올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기적을 쓴 두 그룹이 이토록 다른 결과를 얻게 된 배경을 ‘소통’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신뢰’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두 번의 재계약 모두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체결했는데 이를 소통과 신뢰의 결과물로 보는 시선이 짙다. 방탄소년단은 그간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오면서 인지도를 높였고, 이는 수장인 방시혁 의장이 이들을 발굴할 당시부터 강조했던 ‘소통’이 바탕이 됐다. 이를 통해 방탄소년단과 방시혁은 물론 프로듀서 등 스태프들간에 탄탄한 신뢰가 쌓일 수 있었다. 인간적인 유대감은 물론, 뮤지션으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최상의 결과물로 이어진 사례다.

그런데 피프티 피프티의 경우는 정확히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멤버들과 소속사와의 작은 갈등은 소통의 부재로 눈덩이처럼 커져 법적인 분쟁까지 치달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소속사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멤버들 측은 소통의 창구를 닫아버렸다. 소속사와 멤버들이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중소돌의 기적’의 주인공들의 서로 다른 행보는 향후 케이팝 씬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소속사와 아티스트는 ‘전속 계약’이라는 제도적인 테두리에 의해 묶여 있지만, 소통과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이조차도 큰 의미가 없다”면서 “세계화된 케이팝 시장이 견고하게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서로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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