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그들은 왜 ‘유엔 개혁’ 꺼내들었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지도자 중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유일한 지도자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까요."
'외교의 슈퍼볼'로 불리는 유엔총회 일반토의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현지시간). 유엔본부 건너편에 위치한 뉴욕 외신기자센터에서 진행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의 간담회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이다.
국제무대에서 유엔의 위상이 예전만 같지 않다는 지적은 예전에도 심심찮게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유엔 무용론'이 전 세계 지도자들의 최대 외교무대가 돼야 할 유엔총회 전반을 강타했다. 외신 간담회에서 나온 첫 질문처럼 당장 참석자만 봐도 유엔의 현 상황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속 불참은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으로 분열된 세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마저 얼굴을 비치지 않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는 불참 이유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상임이사국은 아니지만, 개발도상국을 대표하는 인도도 불참했다.
이날 커비 조정관은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여기에 있든 없든 바이든 대통령이 할 일, 추구하고자 하는 진전은 변하지 않는다"고 에둘러 답했지만, 유엔이 그 어떤 변화나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무기력 상태에 빠져들면서 ‘민주주의 수호자’, ‘세계 경찰’을 자청한 미국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 헌장에 위배되는 침략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안보리는 규탄 결의안조차 채택하지 못했다. 최근 ‘전략적 군사동맹’에 합의한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안보리 회의가 추가로 열리더라도 또다시 빈손이 예상된다. 사실상 안보리의 기능 상실이라는 평가가 쏟아지는 이유다. 커비 조정관은 북한과 러시아가 다수의 유엔 제재를 위반한 것에 대해 어떤 징벌적 조치가 있냐는 질문에 "유엔 파트너국들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올해 유엔 총회에서 안보리 개혁을 둘러싼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점이다. 안보리 개혁도 몇십년 전부터 지속해서 제기된 해묵은 이슈지만, 유엔 무용론이 커진 현시점에서 개혁 주장도 한층 힘을 받는 모습이다.
일반토의 개막 연설에 나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상은 변했지만, 유엔은 변하지 못했다"며 "21세기의 경제 지형과 정치적 현실에 맞춰 유엔을 새롭게 해야 할 때가 됐다. 이는 안보리를 개혁하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연설에서 "어떤 나라도 오늘날의 도전을 혼자 감당할 수 없다"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공식 지지했다. 국제평화와 안보를 목적으로 설치된 유엔 안보리는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구로,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다만 이러한 개혁 필요성을 공감하는 것과 개편이 현실화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개혁의 핵심은 거부권 행사에 있지만, 사실상 ‘절대 반지’를 낀 상임이사국들이 스스로 권력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은 사사건건 대립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을 약화시키기 위해 대신 상임이사국을 늘리는 방향을 제안하고 있으나, 이 경우 안보리의 대표성과 지속가능성은 저해될 수밖에 없다. 전범국인 일본, 독일 등이 상임이사 후보국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한 논란도 나온다.
우리나라가 속한 이른바 ‘커피클럽’은 영구적으로 지위를 유지하는 상임이사국이 아닌, 정기적 투표를 통해 일반 이사국(비상임이사국)을 확대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국가들의 참여가 가능할 뿐 아니라, 융통성과 책임성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때마침 한국의 비상임이사국 임기도 곧 시작된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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