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타다오가 반세기 동안 증명해 온 것들 #디아이콘즈

이경진 2023. 9. 24. 0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순도 높은 콘크리트와 기하학만으로 안도 타다오의 건축을 설명할 수는 없다.
안도 타다오가 직접 촬영한 포토그래피 시리즈 중 한 컷. 빛과 그림자의 극명한 대조.
안도 타다오의 포트레이트와 스케치, 일러스트레이션들.
안도 타다오의 포트레이트와 스케치, 일러스트레이션들.
안도 타다오의 포트레이트와 스케치, 일러스트레이션들.
안도 타다오의 포트레이트와 스케치, 일러스트레이션들.
안도 타다오의 포트레이트와 스케치, 일러스트레이션들.
조각가 볼프강 쿠바흐, 안나 마리아 쿠바흐의 작품을 전시하는 ‘스톤 스컬프처 뮤지엄(Stone Sculpture Museum)’
’빛의 교회’

Q : 청년기의 안도 타다오가 건축가로서 품은 자신에 대한 기대는

A : 어릴 때는 그저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매일 말 그대로 싸우고 있었다. 그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 기분을 잃어버리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Q : 그 시절에는 건축가로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을 무엇이라 여겼나

A : 그땐 하나하나의 일이 매번 진지한 승부였고, 감사한 마음으로 임할 뿐이었다. 자질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학력도, 경제력도, 사회적으로 나를 받치거나 막아주는 방패도 없었다. 당시 내가 가진 건 핸디캡뿐이었다. 오늘까지 살아온 지금 다시 생각하는 것은 건축가로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자질이란 ‘능숙하지 않은 마음의 힘’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건축가의 본래 직능은 주어진 예산과 조건에서 최상의 건축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직업의 틀을 넘어 자신만의 건축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잡기 위해 악전고투를 계속한다. 이것은 요청받지 않은 직능이지만, 건축가의 일이기 때문에 기술보다 더 필요한 것은 의사를 관통하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 정신의 힘일 것이다.

홋카이도의 ‘부처의 언덕’. 거대한 불상에게 돔 지붕의 꼭대기를 열어주었다.

Q : 당신이 믿어온 건축가의 역할이 있다면

A : ‘건축가의 역할’이라는 말을 듣고 곧장 마음에 떠오르는 것은 역시 르 코르뷔지에다. 건축이 사회적 산물인 이상 사회가 바뀌면 당연히 건축에 요구되는 가치도 바뀌고, 건축가에게 기대되는 직능과 책임도 바뀐다. 20세기 르 코르뷔지에가 활약한 모더니즘의 여명기는 건축이 사회에 가장 잘 부응했던 시대였다. 그러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과학기술, 특히 정보기술의 진보로 세계는 신속하고 복잡하게 태동하는 사회로 변질됐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건축도, 건축가도 해야 할 역할을 잃어버리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건축가에게 기대하는 역할이란 미래로 향하는 비전을 형태로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진리가 변함없는 이상 우리는 용기를 가지고 건축을 통해 세계의 미래를 말해 나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Q :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프랑스의 롱샹 성당을 비롯해 여러 이유로 자주 언급한 건축물이 있다. 안도 타다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는 건축을 관통하는 것은

A : 역시 ‘공간의 빛’이다. 특히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은 “단지 빛을 생각해 내는 것만으로도 건축은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줬다.

’물의 교회’

Q : 건물을 경험한 사람이 그곳을 잊을 수 없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건축이 발산하는 내러티브인가

A : 그런 것이 있다면 내게 가르쳐줬으면 좋겠다(웃음). 단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마음에 남는 것은 의외로 형태가 없는, 보이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빛이나 소리, 공기의 냄새와 같은 것들 말이다.

Q : 건축이 전하는 압도감과 에너지는 인간으로 하여금 어떤 성찰을 하게 한다. 이것은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서 많은 이가 느끼는 감정이다.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염두에 둔 작업을 한 적도 있는가

A : 당연한 답변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언제나 소박한 감동을 생각해 왔다. 그것을 환기하는 것이 자연의 생명력이며, 건축은 그런 자연을 선명히 담아내는 무지의 캔버스로 존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Q : 그런 철학을 바탕으로 빛과 물, 돌, 나무, 하늘과 바람을 활용해 건축에 생명을 불어넣어왔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서는 자연 활용 개념이 명확하고 간결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자연 활용법 역시 당신의 내면에서 변화를 겪어 왔나

A : 50년 전과 지금의 내 건축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자연이야말로 생명의 근원이며,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건축은 인간이 자연과 상호작용하기 위한 장치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오래된 세관 건물을 레너베이션한 박물관 ‘푼타 델라 도가나’.

Q : 마당이 공원과 연결되는 집을 비롯해 외부와 완벽히 차단되지 않은 실내공간을 계획하며, 좀 더 ‘자연으로 돌아간’ 삶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득 안도 타다오의 일상에서도 인공을 벗어나 자연 그리고 사계절과 많이 호흡하기 위한 습관이나 취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A : 타인에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우아한 취미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웃음), 자연과 관련된 습관과 취미로 말해 보자면 사무실의 스태프들과 함께 아틀리에 주위의 나무와 풀을 돌보고 있다. 정성을 쏟고 제대로 된 손길을 주면 초록 식물은 크게 자란다. 아틀리에 아넥스는 이미 초록색 아이비로 가려져 콘크리트 외벽이 보이지 않는다. 그 생명력에서 건강한 에너지를 받는다.

Q : 뮤지엄 산은 매우 너른 대지에 펼쳐진 건축물이다. 건축과 자연 그리고 그곳을 경험하는 인간과 실내의 아트워크가 모두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된다. 설계하면서 느낀 즐거움은

A : 내 건축의 보편적 테마는 ‘그 장소에만 할 수 있는 건축을 만든다’는 것이다 . 압도적 개성이 있는 뮤지엄 산에서는 이 주제를 마음껏 추구할 수 있었다. 건축이 지형이 되어, 지형이 건축이 되어 하나의 소우주 같은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것.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임에도 하나의 ‘정원’을 그리는 것 같은 감각으로 설계하는 일이 즐거웠다.

파리의 ‘피노 컬렉션’.

Q : 지형 탓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건축이 지닌 에너지를 대지에 적절하게 표현하기까지 가장 도전적인 부분은 무엇이었나? 다시 이 건축을 되돌아볼 때 또 다른 의미로 와닿는 지점이 있는가

A : 처음 일을 제안받은 때는 아직 한국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안이하게 맡아도 좋은 것인가 스스로 물으며 처음에는 헤맸다. 2005년에 현지를 방문하며 그 대지의 매력에 단번에 매료됐고, 그 자리에서 일을 맡기로 결정했다.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멋진 장소이니 목표는 이 장소의 매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미술관을 만드는 것이었다. 주제가 분명했기 때문에 설계는 헤매지 않았다. 착공 후 금융위기로 공사가 중단될 때는 이대로 끝나는 것 아닐까 생각했지만 “세계 최고의 미술관을 만들 것”이라는 건축주의 의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공사 중단 2년 만에 재개했고, 미술관은 당초 구상한 대로 완성됐다. 고객인 이인희 씨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 문을 연 지 6년 뒤 작고한 이인희 씨의 무덤이 같은 지역에 조성된 것으로 안다. 그때부터 이 미술관이야말로 그녀의 유지이며, 인생의 증거라는 느낌이 든다.

형 모티프를 확장하고 재가공해 탄생한 상하이 폴리 시어터와 LG아트센터.

Q : 2021년 파리에 재개장한 피노 컬렉션(Bourse de Commerce)은 장엄한 돔 구조와 역사적 벽화가 특징적인 장소다. 여기에 당신은 거대한 콘크리트 실린더를 세워 둘 사이의 도전적인 대화를 이뤄냈고, 완공 이후 지금까지 많은 이를 감동하게 했다. 이미 존재하는 건물을 재생하기 위한 작업에서 무엇을 읽고 발견했나

A : 부지의 개성을 발견해 그것을 철저하게 살려 그 장소에만 할 수 있는 건축의 가치를 탄생시키고 싶다고 말했는데, 재생 프로젝트는 옛 건물 그 자체가 ‘부지’가 된다. 공간에 새겨진 시간의 무게라는 개성을 살리기 위해 표층적인 갱신이나 부착이 아닌,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이 자립한 존재로서 대치하는 관계를 만들려고 했다. 이렇게 환기되는 신구의 자극적인 ‘대화’가 역사를 거듭해 온 건물에 다음 세기로 향하는 생명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 이미지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낡은 것’을 철저히 낡은 채로 남긴 다음, 그 안쪽에 새로운 공간을 ‘건축 속의 건축’으로 삽입하는 아이디어를 시도했다.

형 모티프를 확장하고 재가공해 탄생한 상하이 폴리 시어터와 LG아트센터.

Q : 피노 컬렉션의 설계를 제안받기 전, 개인적으로 그곳을 방문한 기억이 있나

A : 1968년, 두 번째 유럽 여행 때 그곳 레 알(Les Halles) 지구를 방문했다. 지금은 사라진 옛 중앙시장 건물이 남아 있을 때였다. 그 풍경의 서쪽 끝에 아름다운 돔 지붕이 보였다. 내가 처음으로 피노 컬렉션을 만난 순간이다. 같은 시기에 파리에서 수업하던 이세이 미야케는 이 건물에서 첫 쇼를 했다. 처음 프로젝트를 의뢰받았을 때, 20대 후반에 경험한 당시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그리움도 느꼈다. 건설 전인 2015년에 또다시 방문했을 때 그곳은 상업거래소였다. 돔 주변 벽에 그려진 세계 무역지의 프레스코화가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체험과 함께 건물에 쌓인 역사의 풍부함을 리얼하게 느꼈다. 그 ‘문화적 릴레이’에 창조적으로 응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량주촌문화예술센터(Liangzhu Village Cultural Art Center).

Q : 한국에서 연 회고전의 제목이 〈청춘〉이다. 건축가로서 꿈을 좇아 달려오는 동안 자신을 지탱해 준 마음의 한가운데에는 무엇이 존재했나? 건축가로서 오래 품고 싶었던 청춘의 감각이 있었는지

A :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하려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도달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멀리서 희망의 빛을 품는 일이다. 꿈을 지니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충실하게 만드는 비결이며, 꿈이야말로 인생을 살아내는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어떤 일부가 되든, 어떤 상황에 놓이든 희망을 품고 사는 인생이었으면 좋겠다.

나오시마의 베네세 하우스 오벌 룸(Benesse House Oval).

Q : ‘빛의 교회’ 십자가에 설치된 유리창을 제거하는 일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이 있나

A : 없다(웃음). 교회 신자들이 아직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언젠가 실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에 은밀하게 간직하고 있는 꿈이다.

롯코 하우징 1, 2, 3

Q : 반세기에 걸친 업력을 이뤄낸 지금, 어떤 건축적 과제를 찾고 있나

A : 건축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즉 건축을 통해 어떤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지를 여전히 생각한다. 물론 건축은 복잡한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사람의 영혼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건축은 무력하다. 그래도 건축 문화를 거점으로 내일의 아이들이 그들 각각의 꿈을 찾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손이 닿는 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을 계속하고 있다.

나오시마의 지추 뮤지엄.

Q :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는 본질은 무엇인가?

A : 이를 오랜 시간 추구하며 내면에 깃든 마음은 ‘인간의 마음에 말을 건다’는 점이 건축의 중요한 본질이다. 건축의 기본 기능은 사람들의 생활을 받아들이는 그릇으로서의 역할이다. 이 기능을 완수할 수 없을 때 건축은 끝난다. 그리하여 건물 본체가 썩어도 그 존재가 언제까지나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가는 건축물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도전하는 일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다.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