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떨떠름한 中, 틈새 파고드는 韓..한덕수·시진핑 회담
한국이 외교적 공간 마련해 출구 열어놔
중국 북중러 전략적 이익 고민 시작
내달 '일대일로 정상회의' 분기점
2014년 이후 9년째 공백 방한도 검토
한덕수 국무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항저우에서 26분간 회담을 가졌다. 이번 만남은 북·러 결속이 전례 없이 두터워진 상황에서 떨떠름해하는 중국이, 우리와 관계 개선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중·러’ 삼각편대에서 발을 빼기 시작한 중국의 변화를 한국이 포착해 외교적 공간을 넓힌 것으로도 읽힌다.
이번 회담은 불과 보름만에 이뤄진 ‘한중 정상급 접촉’이란 이례성도 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권력서열 2위인 리창 총리와 50여분간 양자 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과 윤 대통령 정상간 만남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열렸다. 고위급 회담과 전략 대화까지 중국에 추파를 던지며 ‘소통 의지’를 피력한 데 대해 화답한 뜻으로도 보인다. 한중 관계 복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뜻이다.
'내 코가 석자'인 중국..북중러 3각 동맹 전략적 이익 고민
23일 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와 시 주석의 만남은 ‘제19회 아시안 게임’ 직전인 오후 4시26분부터 52분까지(현지시간 기준) ‘막간 회동’ 형식으로 이뤄졌다. 오후 8시부터 시작하는 개막식 직전에 틈새 시간을 이용해 만난 것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한 관계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의 동반자”라고 했다. 방한(訪韓) 문제도 검토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이래 9년 동안 시 주석이 한국에 방문한 적은 없다.
주재우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센터장은 “발언 자체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시 주석이 우리측 대표단 단장이 아닌 한 총리와 직접 만나 예우를 하고, 우리 측 대화 노력에 화답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중국이 굉장히 호의적으로 한중관계를 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서는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지렛대로 ‘북·중·러’와 한 통속으로 묶이지 않으려는 중국의 의중이 일부 드러났다고 본다. 그간 북·중·러 3각동맹의 구심점으로서 ‘북한의 후견국이자 러시아의 뒷배’ 역할을 해왔던 중국의 변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中 포위망 조여와..대내외 위기 중국 타협 시작했다는 해석도
실제 중국 경제는 부동산 개발업체 채무불이행(디폴트)과 파산과 투자, 소비 위축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 등 경제 성장동력이 전부 부진하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올해 성장률을 약 5%로 예상했으나 수출은 지난 4개월 동안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 위기로 인해 국제신용평가사들은 경제성장 전망을 낮추고 있다. 중국이 북한과 연대, 러시아와의 교역을 이어가되 서방으로부터의 고립, 미국발(發) 공급망 이합집산의 위기 등을 고려해, 북·중·러로 묶이는 것이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유엔 대북제재 위반 등 국제규범을 정면 위반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북러 밀착으로 한반도 안보 위험이 높아진 가운데 ‘대(對)중 외교’가 긴요해졌다.
미국의 ‘中 포위망’에 중국이 타협을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 측면에서 미국과 패권경쟁은 지속하겠지만 대내외적 위기를 고려해 전략적 이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22일(현지시간)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이하 반도체법)의 지원을 받는 기업에 대한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 확장 범위를 초안대로 5%로 유지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다.
내달 17일 일대일로 정상회의가 분기점...방중 화답 여부도
다만 중국이 ‘중·러’ 관계의 끈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중재’하겠다는 뜻을 올해부터 천명해왔다. 중국은 러시아와 에너지산업 면에서 상호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측면이 커서다. 내달 1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차 일대일로 정상회의’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는 시 주석의 발언 수위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시 주석의 방한은 2014년 7월 이후 9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지만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의 방중을 역제안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2019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이 중국에서 열렸던 만큼 외교관례에 따르면 시 주석이 한국을 찾는 것이 순서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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