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힘들고 기억력 저하…치매 오인 빈번 [헬스]
직장인 이 씨(35)는 최근 79세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찾았다. 아파트 비밀번호를 깜빡 잊어버리는 등 기억력이 저하되고,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럽게 느려진 것을 보고 치매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의외의 얘기를 들었다. 검사 결과 치매가 아닌 ‘정상압 수두증’이라는 것. 치매와 달리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에 이 씨는 안도했다.
정상압 수두증은 뇌 안에 액체로 차 있는 ‘뇌척수액 불균형’ 때문에 정상보다 많은 양의 물이 차 발생하는 질환이다.
정상압 수두증이 발생하게 되면 뇌실이 커지면서 주위의 뇌 조직을 압박하게 되고, 근처 신경 섬유에 변형을 가져와 특이 증상을 유발한다. 통상 70세 이상 노인 100명 중 2명꼴로 발생한다. 대표 증상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로 기억력 저하, 두 번째 보행 장애다. 발을 넓게 벌리고 작은 보폭으로 발을 질질 끌며 넘어지는 일이 잦고 균형도 잘 잡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소변 장애다. 언뜻 보면 파킨슨병 또는 치매(알츠하이머병)와 유사한 증상인 탓에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치료가 어려운 치매와 달리 정상압 수두증은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치매로 오인해 방치하지 말고 비슷한 증상이 발생한다면 빨리 병원에 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단은 뇌CT 혹은 뇌MRI로 진행된다. 뇌척수액이 있는 뇌실이 커진 것을 확인하고, 요추 사이에 주삿바늘을 꽂아 30~50㏄ 정도 뇌척수액을 허리에서 뽑는다. 이후 걸음걸이, 요실금, 인지기능 저하와 같은 증상 등을 확인하고 진단한다.
이에 ‘요추-복강 단락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뇌실-복강 단락술과 달리 허리에서부터 복강 내로 우회로를 연결하는 수술법이다. 머리에 구멍을 내는 ‘두개골 천공술’을 시행하지 않고 요추 쪽으로 플라스틱 관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국소마취로도 시행이 가능해 전신마취 고위험군 환자도 수술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박용숙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정상압 수두증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기 때문에 방치하지 말고 조기에 증상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적극적인 검사를 시행해 선별해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통상 정상압 수두증은 증상 발현 순서와 반대로 회복된다. 예를 들어 보행 장애, 배뇨 장애, 기억력 감소 순으로 증상이 나타났다면 기억력 개선, 배뇨 기능 개선, 보행 기능 개선 순으로 회복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7호 (2023.09.20~2023.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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