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전 사령관 돌발 발언에... "창피한 줄 알아라" 터져 나온 고성
[조선혜, 유성호 기자]
▲ 해병대 예비역과 예비역 가족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해병대 예비역 전국연대 주최로 열린 ’고 채 해병 순직 진상규명 촉구 및 해병대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에 참석해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수립, 지휘 책임자 처벌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명예 회복 등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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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해병대를 수사하고 혐의자를 가려냈습니다. 그럴 권한이 박 대령에게는 제가 보기엔 없다고 봅니다."(전도봉 전 해병대 사령관)
"시끄러워", "내려오세요", "창피한 줄 알아라"(해병대 예비역들)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수사외압을 규탄하기 위해 열린 집회에서 격려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고령의 전 사령관을 향해 고성이 터져 나왔다. 전도봉 전 해병대 사령관이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맡았던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잘못을 주장하면서다. 집회에 참석한 김규현 변호사는 "대통령실을 추종하는 쪽에서 뿌리는 가짜뉴스"라고 정면 반박했다.
2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해병대 예비역 전국 연대 주최로 열린 '채 해병 사망 진상규명, 수사외압 규탄 집회'에서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전 전 사령관은 "법이 바뀌어서 군에서 사망 사고가 나면 지휘관이고 뭐고 아무 권한이 없다. 경찰에 (권한이) 다 있다"며 "법률적으로 우리는 손을 못 대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를 지칭할 수 있는 권한이 그(박 대령)에게는 없다"며 "우리 서로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전도봉 전 해병대 사령관 "너희 완전 이상하게 됐구나"... 예비역들 "창피한 줄 알아라" ⓒ 유성호 |
▲ 전도봉 제22대 해병대 사령관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해병대 예비역 전국연대 주최로 열린 ’고 채 해병 순직 진상규명 촉구 및 해병대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에 참석해 격려사 도중 "피의자를 지칭할 수 있는 권한이 그(박정훈 대령)에게는 없다"며 "우리 서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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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도봉 제22대 해병대 사령관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해병대 예비역 전국연대 주최로 열린 ’고 채 해병 순직 진상규명 촉구 및 해병대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에서 격려사 도중 참석자들의 항의로 발언대에서 내려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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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언에 일순간 정적이 감돈 현장에선 곧이어 "내려오라", "시끄럽다", "창피한 줄 알아라" 등 고성이 쏟아졌다. 집회에 참석한 해병대 예비역들의 목소리였다. 이에 전 전 사령관은 "여러분들의 그 말을 들을 줄 알고 왔다"며 "너희 완전히 그냥 이상하게 된 사람들이 됐구나"라고 말한 뒤 단상에서 내려왔다.
해병대 예비역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이 넘게 이어진 집회가 마무리될 무렵, 해병대 예비역이자 검사 출신인 김규현 변호사가 전 전 사령관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애초 고 채 상병 사건 관련 경과보고를 위해 참석했던 김 변호사는 "다시 (단상에) 올라오게 될 줄 몰랐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다"며 "전직 사령관님께서 이상한 말씀을 하셔서, 어이가 없어 바로잡기 위해 올라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결국 군에는 수사권이 없으니 수사를 시작해서도 안 됐다는 논리인데, 이 논리는 이종석 국방부 장관이나 대통령실을 추종하는 그쪽에서 만들어 뿌리고 있는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사경찰에는 이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것은 맞다"며 "그런데 사망 사건이면 무조건 경찰이 하는 것이 아니다. 범죄에 의한 사망 사건만 민간 (검찰, 경찰)에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해보고 범죄에 의한 사망이 맞다고 판단하면, 즉시 민간 경찰로 이첩하게 돼 있다"며 "박 대령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자마자 이에 따랐다.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되물었다.
▲ 대통령실 앞 울려 퍼진 ‘팔각모 사나이’ ⓒ 유성호 |
▲ 해병대 예비역과 예비역 가족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해병대 예비역 전국연대 주최로 열린 ’고 채 해병 순직 진상규명 촉구 및 해병대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에 참석해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수립, 지휘 책임자 처벌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명예 회복 등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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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대 예비역과 예비역 가족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해병대 예비역 전국연대 주최로 열린 ’고 채 해병 순직 진상규명 촉구 및 해병대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에 참석해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수립, 지휘 책임자 처벌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명예 회복 등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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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는 "대통령령으로, 내부 규정으로, 민간 경찰에 보낼 때는 범죄인지통보서라는 걸 작성하게 돼 있다"며 "거기 보면 피의자의 혐의 사실을 모두 적게 돼 있는데 (이 사건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수사권이 없으니 아무것도 해선 안 됐다는 식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세력들에게 속아 넘어가지 마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집회에선 박 대령의 해병대 동기인 김성 신부가 참석해 지지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정훈이는 참 듬직하고 묵직한 친구"라며 "엄정한 수사, 성역없는 수사, 이 절대 명제를 지킨 참 군인 박 대령에게 말도 안 되는 집단항명수괴죄라는 무시무시한 죄명을 붙이더니, 이를 항명죄로 낮췄다"고 말했다.
이어 "군 생활을 해봤던 이들은 다 안다. 사단장을, 여단장을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내는 일인지"라며 "법과 원칙에 따른, 참으로 소신 있는 행동임을 다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께 한 말씀 드린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법과 원칙에 충성한다는 말로 이해한다"며 "박 대령이야말로 대통령 지시를 그대로 이행한 참 군인이다. 칭찬과 보상을 해주는 것이 도리어 마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해병대의 명예를, 수사단장 박 대령의 양심을 건 소신을 지켜달라"고 했다.
▲ 해병대 예비역과 예비역 가족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해병대 예비역 전국연대 주최로 열린 ’고 채 해병 순직 진상규명 촉구 및 해병대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에 참석해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수립, 지휘 책임자 처벌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명예 회복 등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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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병대 1사단은 본래 담당 구역이었던 수변을 넘어 수중 수색을 감행했고, 이 복장으로 구명조끼 없이 허리춤까지 물이 불어난 모래강 속으로 부대원을 들여보냈다"며 "무능한 지휘관은 우리 군과 국가 안보를 소리 없이 병들게 하는 무서운 암적 존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입신양명에 눈이 어두워 자식 같은 부대원을 사지로 몰아넣은, 무능하고 무정한 지휘관은 해병대답게 군말 없이 당장 책임지길 바란다"며 "임성근은 해병대답게 당장 책임지길 바란다"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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