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조정훈은 어떻게 민주당 지지표로 국회의원 됐을까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 비례 순번 6번 받아
민주당 성향 유권자 지지 받아 국회의원 당선
편집자주 -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국민의힘에 합류하면서 그의 원내 입성 과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치인 조정훈이 국회의원이 된 것은 2020년 제21대 총선 당시의 복잡 미묘한 정치 상황과 관련이 있다.
여야가 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제도의 긍정적 의미와 함께 부작용도 낳았다.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비례 위성정당이라는 정치사의 부끄러운 단면을 노출하고 말았다.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으로 대응했다. 정당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서로의 정치적 정체성을 각인시키기 위한 정당 명칭이 사용됐다.
혹시라도 유권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자기 위성정당은 이 정당이라는 시그널을 안겨준 셈이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국민 다수의 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통합당과 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석 배정에서 후순위에 밀리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도 도입의 취지는 이른바 소선거구제의 폐해인 사표(死票)를 방지해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고 정치의 다양성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의석을 빼앗기게 생긴 거대 정당들은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사실상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취지를 무력화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위성정당이라는 시인을 할 수는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위성정당의 면모를 갖췄지만, 창당의 명분을 확보하고자 애를 썼다. 더불어시민당은 다양한 영역과 정치 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의 문호를 개방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미래한국당도 창당의 명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반인들이 평소에 들어보지도 못했던, 여러 정당이 이른바 위성정당 합류를 저울질했다. 그냥 총선에 출마한다면 의석 확보는 사실상 어려운데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계기로 정치적 활동 공간이 열렸다.
조정훈 의원의 시대전환은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했다.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들은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 표를 받아서 국회의원이 되는 구조였다. 여러 부문별 전문가들과 함께 두 명의 정당 대표가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했는데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와 시대전환 조정훈 공동대표다.
더불어시민당 참여를 선언한 정당은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이외에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 4개 정당이다. 이들 정당으로부터 추천받은 비례대표 후보자 2~3명씩을 심사하는 방식으로 비례대표 후보자 심사를 진행했다.
소수정당의 추천에 의미를 부여한 이유는 더불어시민당의 창당 취지인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더불어시민당은 위성정당이라는 외부의 비판을 고려해 정치적 명분 확보에 공을 들였다.
심사 과정을 토대로 2023년 3월24일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이 확정됐다. 전체 명단은 35명이었는데, 심사 과정에서 졸속 검증 논란이 이어졌다. 후보별 검증 시간은 10분 안팎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천관리위원들이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와 인터넷 검색, 전화 본인 확인 등을 토대로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는 비례순번 6번을 받았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비례순번 5번을 받았다. 조정훈 대표의 비례순번은 남성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순위였다. 비례순번 6번은 이변이 없는 한 당선이 유력한 앞순위 번호였다.
실제로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비례순위 19번까지 당선됐다. 더불어시민당도 비례순위 17번까지 당선됐다.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은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결과적으로 더불어시민당 쪽에 표를 몰아주면서 많은 당선자가 나왔다.
비례순번 6번인 조정훈 대표는 여유 있게 당선권에 들었다. 2020년 4월15일 제20대 총선이 끝난 이후 총선결과를 둘러싼 다양한 분석이 이어졌다. 총선 결과와는 별개로 위성정당 논란이라는 ‘정치의 그림자’를 남겨놓았다.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받아 당선된 이들은 총선 이후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했다.
용혜인 의원은 기본소득당 소속으로 활동했고, 현재도 당적을 이어가고 있다. 조정훈 의원은 시대전환과 국민의힘 합당에 따라 국민의힘 소속 의원으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조정훈 의원은 지난 21일 오전 국민의힘과 시대전환 ‘동행서약식’에서 "오늘 저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동행 서약을 하고자 이 자리에 왔다. 저에 대한 비판을 달게 받겠다. 저를 비판하시고 아주 따갑게 때려주셔도 좋다. 그걸로 통합의 길을 열 수 있다면 기꺼이 감내하겠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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