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어렵네" 기후변화 대책 집행 어려움 겪는 기업들

정현진 2023. 9. 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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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량 단기 목표 달성 철회 등 나서
英 등 각국 정부도 현안 탓에 정책 후퇴
"기후변화 탓에 지옥으로 가는 문 열렸다"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수년간 기후변화 대책을 내놨지만, 시행 과정에서 각종 난관에 부딪히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등 기술 발전 속도가 느려 도입이 쉽지 않은 데다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수익에 민감해진 요즘 관련 투자를 단행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늘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계기로 야심차게 기후변화 대책을 시행하려 했던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상승과 수익 악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에 직면하면서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지출처=신화연합뉴스]

"재생에너지 구하기 힘들어" 계획 미루는 기업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들이 기후변화 관련해 대응하겠다고 앞서 약속했지만 이를 미루고 있다"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약속한 것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광산 대기업 리오틴토는 최근 실적 발표 중 배출된 탄소를 산림 조림 등으로 줄이거나 없애는 활동을 통해 확보하는 탄소상쇄권(carbon offset) 없이는 2025년까지 계획했던 탄소 배출량 단축 목표를 지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이 기업의 설명이다.

제이콥 스타우스홀름 리오틴토 최고경영자(CEO)는 청정에너지와 저탄소 장비 배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년 전만 해도 그는 "우리 산업을 탈탄소화 할 수 있는 분명한 길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서구 세계가 빨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델타항공을 비롯한 항공업계는 2020년부터 탄소배출권 매입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섰으나 지난해에는 이를 줄이고 향후에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에 대한 지출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이처럼 재계에서는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이를 보편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일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업체인 아마존도 2030년까지 배송 물량의 절반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0)'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지난 5월 철회했다. 2019년 처음 발표한 지 4년 만이었다. 2040년까지 배송 전체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는 정정하지 않았지만 단기적인 목표는 발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귄터 탈링어 알리안츠 이사는 "대부분의 기업이 탈탄소의 시작 단계에서는 쉽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변혁을 집행하는 순간에는 꽤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고 평가했다.

UN "탄소배출량 실제 감축률 3.6% 불과할 듯"

이러한 고민은 기업만 하는 것이 아니다. 관련 정책을 먼저 마련하는 각국 정부도 계획한대로 기후변화 대책을 집행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사회는 2015년 체결한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표면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최소한 2도 이하로 제한하고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유엔(UN)은 이달 초 기후변화 관련 보고서에서 2015년 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2019년 대비 2030년 탄소배출량이 43%가량 줄어야 하지만, 지난해 9월 기준 각국의 탄소정책을 살펴본 결과 실제 감축률은 3.6%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유엔은 "각국이 온실가스 저감 조치를 시행하고 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행동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지출처=신화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유럽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 부담이 커진 상태다. 또 미국을 중심으로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과 투자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발생해 관련 투자도 줄었다. 현실적인 요인이 장기 목표인 기후변화 대응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주요 7개국(G7) 중 하나인 영국은 지난 20일 정부가 에너지 비용 증가, 인플레이션 상승 등 생계비 부담이 커진 가계를 고려해 기후변화 대응에 속도 조절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0년에서 2035년으로 연기하고 주택 가스보일러를 단계적으로 없애는 계획을 완화, 히트펌프로의 전환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제78차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 부대행사인 기후목표 정상회의에서 "화석연료를 둘러싼 이익과 탐욕으로 인한 시간 낭비를 메우기 위해선 서둘러야 한다"면서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해 "인류가 지옥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고 경고했다.

이번주 뉴욕시에서는 '기후주간(Climate Week)'을 맞아 화석 연료에 반대하는 시위도 진행됐다. 맨해튼 거리에 모인 수천명의 시위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지도자를 햐해 화석 연료 사용을 멈추게 해달라며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자"고 외쳤다.

오는 11월에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개최될 예정이다. WSJ는 이번 회의에서 파리협정대로 지구 표면온도를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방안을 두고 부유한 국가와 개발도상국 간에 충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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