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영화의 다양한 얼굴, 영화란 무엇인가

데스크 2023. 9. 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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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는 예술인가 경제적 상품인가, 이는 영화가 탄생했을 때부터 끊이지 않는 화두였다.

그동안 많은 영화 감독들은 순수예술과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하며 창작활동을 해왔다.

김지운 감독의 최근 작품 '거미집'은 이러한 영화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그 과정에서 신선한 재미도 선사한다.

호평을 받은 데뷔작까지도 한국 최고의 감독이자 스승인 신상호 감독이 유작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며 영화 '거미집'을 완성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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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미집’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는 예술인가 경제적 상품인가, 이는 영화가 탄생했을 때부터 끊이지 않는 화두였다. 그동안 많은 영화 감독들은 순수예술과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하며 창작활동을 해왔다. 김지운 감독의 최근 작품 ‘거미집’은 이러한 영화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그 과정에서 신선한 재미도 선사한다.

ⓒ영화 ‘거미집’ 스틸

꿈속에 나온 장면으로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나올 거라는 믿음이 생긴 김열(송강호 분)감독은 제작자(장영남 분)를 찾아가 재촬영을 요구한다. 하지만 유신정권 하에서 검열을 받고 재촬영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인데 위기의 순간 제작사의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 분)가 걸작 탄생을 예감하고 김 감독을 돕는다. 베테랑 배우 이민자(임수정 분), 톱스타 강호세(오정세 분), 신인배우 유림(정수정 분)을 불러 모아 재촬영하지만, 배우들은 바뀐 대본에 불만을 쏟아내고 검열에 통과하지 못한 시나리오와 검열 담당자까지 촬영장에 들이닥치면서 촬영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김 감독은 걸작을 만들어 냈을까.

영화를 향한 감독의 철학과 고뇌를 읽을 수 있다. 김열 감독은 성공적인 데뷔작 이후 특별한 작품을 내놓지 못한 채, 예술가가 되다만 평론가들의 악평과 조롱에 시달린다. 호평을 받은 데뷔작까지도 한국 최고의 감독이자 스승인 신상호 감독이 유작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며 영화 ‘거미집’을 완성 시킨다. 이어 김 감독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영화란 무엇이며 창작의 고통과 독창성은 무엇인가. 그리고 결심한다. 꿈에서처럼 결말을 바꾸면 걸작이 나올 거라는 믿음으로 제작자도 배우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뀐 내용의 영화를 찍기 위해 밀어붙인다. 창작자라면 누구나 보란 듯이 세기의 명작을 선보이겠다는 호기로운 상상을 해 볼 수 있다. ‘거미집’은 걸작을 만들고 싶은 욕망을 지닌 영화속 김열 감독의 웃픈 분투기자, 김지운 감독의 자기 반영이 담겨있다.

ⓒ영화 ‘거미집’ 스틸

지금의 자유로운 영화제작 환경을 역설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 유신체제 시기다. 사회와 문화예술 분야에 정부의 통제와 억압이 가해졌으며 영화정책에 있어서도 지원책과 더불어 검열을 통해 영화를 효율적으로 통제했다. 그 결과 한국영화계는 창작의 자유를 잃는 암흑기를 맞았다. 실제로 지금은 자율심의제도로 바뀌었지만 당시에는 영화가 제작되기 전 시나리오 검열과 제작 후 사후 검열이라는 이중검열제도가 존재했다. 검열이 창작을 방해하던 50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시대에 살고 있다. 영화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비추며 지금의 자유로운 환경을 조명한다.



ⓒ영화 ‘거미집’ 스틸

독특함과 신선함이 영화적 재미를 준다. 영화 ‘거미집’은 영화 속 영화가 등장하는 메타적 구성의 작품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영화 ‘거미집’은 우리가 가끔 TV 자료화면으로 봐왔던 70년대 흑백영화를 재현해낸다. 70년대 배우들이 사용했던 말투와 발성, 연기, 한국의 거장 감독들의 영화를 오마주한 부분은 영화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화려한 편집과 CG가 아닌 오직 열정과 카메라 워크, 배우들의 연기로 완성했던 당시의 영화제작 현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컬러와 흑백, 코미디에서 호러까지 멀티장르를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영화는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예술이기도 하며 동시에 할리우드 영화와 같이 흥행을 위한 경제적 상품이기도 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영화의 정치화로 영화가 정치적 선동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영화 ‘거미집’은 우리에게 영화의 다양한 얼굴 즉 영화란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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