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정소민, ‘나이 착붙’ 코미디…20대 ‘스물’ 30대 ‘30일’ [홍종선의 연예단상㉗]
제 나이에 딱 맞는 연기를 할 때 배우들은 더욱 빛난다.
배우에게는 ‘배우 나이’가 있다. 실제 ‘자연 나이’가 몇 살인가와 상관없이 배우가 지니는 이미지, 연기 연차, 결혼 유무, 외모 등 다양한 요소들이 끼어들어 ‘인식’된다. 어떤 배우는 실제로 40대여도 30대로 느껴지는 배우가 있고, 거꾸로 자연 나이는 30대인데 40대로 다가오는 배우가 있다. 심하게는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렀음에도 젊음의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도 있다.
대중이 평균적으로 혹은 공통으로 인식하는, 그 배우 나이에 딱 맞는 배역을 맡았을 때 관객이 그 캐릭터 안으로 들어가는 문턱이 낮음은 물론이다. 평소와 같은 완성도의 연기를 해도 더 잘해 보이고, 제 옷을 입은 듯 배우와 캐릭터가 착 붙는다. 그런 풍경을 작품에서 마주하노라면 괜스레 미소가 머금어진다.
그렇게 기분 좋은 미소로 볼 수 있는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는 10월 3일부터 관객을 만나는 영화 ‘30일’(감독 남대중, 제작 영화사 울림, 배급 ㈜마인드마크)이다. 나이에 딱 맞는 배역과 연기로 더욱 빛나는 배우는 강하늘과 정소민이다.
우선 ‘30일’은 코미디영화다.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족과 사랑이라는 요소가 드라마와 로맨스라는 장르를 불러오지만, 기본적으로 코미디영화다. 주연을 맡은 정소민이나 강하늘이나 코믹연기에 있어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이다 보니 불안감 없는 캐스팅이다. 사실 코미디는 연기를 정말 잘해야 가능하고, 정작 본인들은 정극 연기를 하는데 관객이 웃어야 제맛이다.
강하늘과 정소민이 누구인가. 영화 ‘스물’(2015)로 코미디연기 좀 된다는 걸 이미 보여준 배우들이다. 정소민은 이후 영화 ‘아빠는 딸’을 통해, 성별이 다르고 나이도 한참 많은 아빠와 몸이 바뀐 연기도 가능함을 과시했다. 어떻게 저토록 예뻐 보이는 것 신경 쓰지 않고 극과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지 혀를 내두르게 했다. 강하늘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구수하고도 순수한 청년의 진심으로 많은 이를 웃게 하고 울게 했고, 영화 ‘청년경찰’에서는 액션영화 안에서도 충분히 웃길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제 새로이 영화 ‘30일’을 보며, 정소민-강하늘 두 주연 커플의 연기가 ‘왜 이리 천연덕스럽고 실감 나게 웃길까’ 생각하다가 문득 ‘나이’로 생각이 몰렸다. 아, 20대 때 영화 ‘스물’을 함께한 두 사람이 30대가 되어 ‘30일’을 하니까 각자 따로도, 둘이 합해서도 더욱 좋아 보이는구나!
숫자도 공교롭게 20대 때는 ‘스물’이고, 30대가 돼서는 ‘30일’로 딱딱 맞아떨어지지만. 20대 푸르던 나이에, 아직 대중에게 크게 각인되지 않은 신선함으로 스무 살 청춘의 좌충우돌 옥신각신 어이없고 논리 없는 코믹 라이프를 보여주었던 강하늘과 정소민이. 이제 30대가 되어 자신들과 주변의 친구 세대가 겪을 법한 30대가 할 수 있는 실수들과 30대라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그새 더욱 농익은 연기로 대변해 주니 공감 지수가 한층 상승한다.
풋풋했던 20대 청춘의 그들은 이제 없고 현실적 밥벌이와 사회적 체면이 될 직업을 쟁취하는 문제, 연애와 다른 결혼생활이라는 실존적 문제 앞에서 서로를 헐뜯고 무너뜨리며 사랑을 잊어간다. 30대가 되어도 우리의 주인공들은 여전히 어리석고, 사랑은 역시나 어렵다.
이 심각한 이야기를 굳이 희화화하지 않아도, 정소민과 강하늘이 홍나라와 노정열이 되어 물러섬 없이 정색하고 투쟁하니 코미디가 된다. 현실의 우리가 상대를 향해 마음속으로 뱉을 말들을, 상상으로 뻗을 발길질을 솔직히 다 쏟아내니 코미디가 된다. 사랑을 잊어갈 때 서로를 죽도록 미워하며 불행으로 치닫던 두 사람은 기억을 잃고 증오를 잊자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의 방향타가 행복을 향해 돌아선다. 비극과 희극은 통한다더니 사실이 그러함을 보여준다.
현실에서 우리는 더 큰 싸움을 내지 않으려고, 관계를 보전하려고 말을 삼키고 행동을 삼간다. 의도와 다르게 현실에서의 인생은 냉랭한 비극,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냉전으로 치닫는다. 영화 속에서 노정열과 홍나라는 뜨겁게 부딪히고 살벌하게 싸운다. 현상과 다르게 보는 이의 입에선 웃음이 터지고, 영화는 경쾌한 희극으로 내달린다.
영화라서? 영화니까? 그렇지 않다. 진지한 말투의 조언으로 들었다면 거부감 생길지 모르는 해결책을 재미있는 코미디로 보여주니 술술 넘어간다. 그저 웃기기만 하려는 작위적 설정의 코미디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과 일상에 발을 붙이고 피어나는 웃음꽃이라는 점에 ‘30일’의 가치가 있다. 그것이 또한 천방지축 스무 살 때와는 다른 30대다운 성숙 아닐까.
스무 살 느낌의 코미디영화 ‘스물’을 재미있게 봤다면, 30대를 닮은 코믹의 맛과 더욱 진해진 웃음을 영화 ‘30일’을 통해 만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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