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 기로에 정기국회 '스톱'…청문회·민생입법 '난항'

김영원 2023. 9. 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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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체포동의안 가결로 21일 본회의서
법안 89건 통과 못해…10월 넘어갈 듯
청문회·쟁점법 두고도 여야 대치 전망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사실상 '개점 휴업'에 들어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후 의사일정이 대부분 중단되면서다. 이용균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은 물론, 3개 부처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주요 민생 법안 처리도 줄줄이 연기됐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총사퇴를 선언하면서 의사일정 조율을 위한 여야 원내 협상도 당분간 어려운 가운데 오는 26일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정국이 또 다시 요동칠 수 있어 개점 휴업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이 대표에 대한 체포안이 가결된 지난 21일 본회의에선 당초 93건의 법안이 상정됐지만, '교권 회복 4법'을 제외한 89건이 통과되지 못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본회의가 정회된 탓이다. 여야가 각각 비공개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를 개최하면서 본회의는 결국 속개되지 못했다.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머그샷 공개법' 등 10월말 통과 전망

당시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 중에는 시급한 민생 법안이 다수 포함됐다. 이른바 '머그샷 공개법'으로 불리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중대범죄 피의자에 대해 수사기관이 촬영한 사진(머그샷)을 공개하고, 신상공개 대상 범위를 마약 관련 범죄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야는 최근 다수 발생한 '묻지마 사건'에도 신상정보 공개 제도를 확대하고 경찰이 공개한 피의자의 사진이 실제 모습과 다르다는 지적에 대응하기 위해 이 법을 추진해왔다.

'냉장고 영아 유기 사건' 등 미등록 영아 문제를 해결할 보호출산 특별법의 처리도 미뤄졌다. 익명으로 아이를 낳는 보호출산을 원할 경우 원가정 양육·보호출산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의 출생증서 열람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보호출산제는 지난 6월 통과한 출생통보제와 달리 여야가 세부적인 조항을 놓고 이견차를 보며이면서 최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결국 본회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환자가 직접 병원 등에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지 않아도 실손의료보험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도 통과가 무산됐다. 이 법은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도록 하고, 가입자가 요청하면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 전송할 수 있도록 한다. 법 통과가 미뤄짐에 따라 환자들의 불편함도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이들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이달 안에 열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초 여야는 오는 25일 본회의를 열고 이용균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표결할 예정이었지만, 이 대표에 대한 체포안 가결 직후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여야 '협상 공백'으로 인해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단은 협상의 파트너가 지금 현재로선 없어진 상황"이라며 "상황을 보면서 정기국회가 정상적인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협의하고 대화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음달 국정감사 기간에는 본회의가 열리지 않고, 가장 가까운 본회의 일정은 10월31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난 본회의에서 보류된 법안뿐만 아니라 주요 쟁점 안건도 줄줄이 난항이 예상된다. 가장 먼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에 대한 인준 표결은 25일 본회의 일정이 합의되지 않으면서 대법원장 공백 사태로 이어질 전망이다. 청문회도 난관이 예상된다. 여야는 신원식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27일 열기로 합의했지만,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은 아직까지 정하지 못했다.

여기에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여야 대치가 격화될 수 있다. 민주당은 세 후보자 모두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청문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쟁점 법안 처리는 더욱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여야 간 협상을 기다리는 법안들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인 국가재정법, 안건조정위원회가 소집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우주항공청 특별법,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등이 꼽힌다.

민주당이 정기국회 통과를 단언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보복 입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방송법이 (본회의) 상정이 안된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노란봉투법과 함께 방송법을 다음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해 윤석열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를 파쇄하겠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주당이) 두 법안을 올리려고 늘 노리고 있었다"면서도 쟁점 법안 협상에 대해서는 "모든 정치는 모르는 것이다. 막상 가봐야 아는 것"이라며 여지를 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으로 상대의 거부권을 유도함으로써 (상대의) 이미지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처리하려 할 것"이라며 "당 내부, 지지층끼리도 싸우는 상태에서는 그런 법을 통과시키면서 여당을 자극해서 (내부) 갈등을 수면 아래로 떨어뜨리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법원장 인준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국회만 마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마저 마비시킨다는 비판이 일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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