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처럼 '반란표→총선 대박'? 野가 간과한 2004년 3월 '갤럽'

위문희, 이세영 2023. 9.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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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행동 집회에서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직후 민주당 당원 커뮤니티인 블루웨이브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당시)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손을 잡고 탄핵을 가결시켰는데 이번에는 민주당 소위 수박이라는 자들이 국힘(국민의힘)과 손을 잡고 자신의 당대표를 탄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최소 29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2003년 당시 노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소환한 건 당원뿐만이 아니었다. 체포동의안 가결 다음 날인 2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정청래 최고위원이 표결 결과를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빗댔다. 그는 “노 대통령 탄핵 때도 내부의 적이 있었고, 문재인 당대표를 흔들고 뛰쳐나간 분당·분열 세력도 있었다”며 “압도적 지지로 뽑힌 이재명 대표를 부정하고, 악의 소굴로 밀어 넣은 비열한 배신행위가 어제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을 탄핵하고 희희낙락했던 자들의 최후를 벌써 잊어버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2002년 12월 치러진 대선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노 전 대통령은 이듬해 대북송금 특검법과 정치 개혁 논란으로 인해 당내 주류인 동교동계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이후 2003년 9월 자신을 지지하는 당내 의원 37명이 탈당하자 본인도 뒤를 이어 탈당했다. 2004년 4월 15일에 치러질 17대 총선을 199일 남겨둔 때였다.

친노(親盧·친노무현) 탈당파가 주축이 된 열린우리당은 47석의 소수 정당으로 출범했으나, 총선 한 달 전 국회 본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정국이 급변했다. 결국 탄핵 역풍으로 새천년민주당은 전국구 5석을 포함해 총 9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고, 열린우리당은 299석 중 152석을 차지한 원내 과반 정당이 되어버렸다. 노 전 대통령도 2004년 5월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한 뒤 수석당원 자격으로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친명계가 내심 ‘어게인(again) 2004’를 바라는 건 총선을 200여일 앞둔 시점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유다.

노무현 대통령(左)이 2004년 5월 20일 청와대에서 마련된 열린우리당 전·현직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입당원서에 서명한 뒤 신기남 의장에게 입당원서를 건네고 있다. 중앙포토


다만 현재 민주당의 상황과 노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동일하게 비교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노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전 조선일보가 의뢰해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2004년 3월 9일)에선 ‘탄핵 반대’ 응답(53.9%)이 ‘탄핵 찬성’ 응답(27.8%)보다 두 배가량 많았으나, 지난 19~21일 한국갤럽 자체 조사에선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정당한 수사 절차’(46%)라는 응답이 ‘부당한 정치 탄압’(37%)이란 답변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 입장에선 당장 26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 위기를 넘어서야 총선 승리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노 전 대통령과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장은 체포동의안이 원내 사안이라는 이유로 원내지도부만 사퇴했으나,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당내 여론도 지금과 같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제대로 된 전망은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본 뒤에나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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