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티격태격'서 '티키타카'로…시진핑 방한 기대감
작년 11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최고위급 인사 접촉
한국과 중국이 고위급 인적교류를 이어가며 접촉면을 넓히는 가운데 한중 최고위급 인사가 10개월 만에 회동한다. 한미일 안보협력, 대만 문제 등을 두고 '티격태격'해 온 양측이 관계 관리 차원에서 '티키타카(맨 아래 참고)'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하는 한덕수 총리가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한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10개월 만에 한국 최고위급 인사와 시 주석이 만나는 셈이다.
총리실은 양국이 한 총리와 시 주석의 양자 면담 일정 등 구체적 사안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각국 대표와 시 주석이 함께 만나는 과정에서도 자연스레 이야기를 주고받을 전망이다.
앞서 총리실은 한 총리가 23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총리는 정부 대표 자격으로 23일 개최되는 개막식에 참석한다.
그간 아시안게임 관련 정부 대표단을 문체부 장관이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한 총리 방중은 '파격'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한 총리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까지 대개 (아시안게임 정부 대표로) 문화부(문체부) 장관이 갔던 것 같다"며 "총리가 가는 것은 좀 더 한중관계가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도 좋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한 총리가 방중 일정이 급하게 잡혀 양자 회동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던 만큼, 중국 측이 우리 정부 시그널에 빠르게 호응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중 최고위급 접촉 성사와 별개로 양국은 최근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소통을 이어왔다. 이는 양자 이슈보다 국제정세 흐름이 큰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양국은 지난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 싱하이밍 한국주재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등으로 불협화음을 거듭했다.
신경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북러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이 숨 가쁘게 진행되자 한중 양측의 소통 필요성도 자연스레 커졌다.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라는 전략적 공감대 하에 경제적 연관성이 높은 양자 차원의 누적 현안도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성장 동력에 제동이 걸린 중국 입장에선 내치 집중을 위해 미국과의 과도한 대립을 삼가야 하는 만큼, 미국의 역내 핵심 동맹인 한국과의 안정적 관계 유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한국 역시 북한·러시아가 최근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협력'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협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국제사회 '왕따'로 일컬어지는 북러와 '거리두기'에 나선 중국을 끌어당겨 한반도 정세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3국 외교차관보급 인사들은 오는 26일 서울에서 만나 관련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 3국 외교장관 회담 일정 등이 구체화되면, 외교장관들이 정상회의 일정 및 의제를 최종 조율할 거란 전망이다.
외교당국은 중국 총리가 참석하는 3국 정상회의를 교두보 삼아 한중 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에 대해 3국이 어느 정도 다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일정을 어떻게 조율해 나가느냐의 문제가 오히려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차관은 3국 정상회의를 "연내 또는 (내년) 연초 정도에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도 대체로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순조롭게 잘 진행되면, 시 주석 방한 문제도 상당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키타카(tiqui-taca)는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뜻한다. 축구에서 짧은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는 전술을 일컫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말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대화를 차질 없이 이어가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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