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만 고집하던 ‘센추리’…SUV 선보여 [JAPAN NOW]
자동차 업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중 ‘플래그십’이 있다. 원래는 대표 모델 또는 주력 모델을 뜻하지만 이쪽 업계에서는 브랜드의 혼을 갈아 넣은 최상위 모델을 의미한다.
우리보다 자동차 역사가 긴 일본은 유독 플래그십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특히 일본을 대표하는 토요타의 플래그십 세단은 ‘센추리(Century)’다. 일본 내에서는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 플래그십 세단 LS보다 센추리를 한 단계 높게 쳐주는 분위기다.
센추리는 일본 내수용 차량이다. 연간 생산 대수도 많지 않고 주로 주문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현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총리 대부분이 관용차로 센추리를 이용했고, 일왕 또한 공식 행사에서는 별도로 주문 제작한 센추리를 타고 등장한다.
센추리 1세대 모델은 1967년에 등장했는데, 이는 토요타 창업자인 토요타 사키치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했다는 의미가 있다. 세상에 나온 지 벌써 50년이 넘었지만 2018년에서야 3세대 모델이 나왔을 정도로 변화는 적었다. 플래그십 모델은 대부분 변화 속도가 느리다. 토요타의 경우 센추리가 내수 전용 모델인 데다, ‘회장님 차’로 불릴 정도로 수요가 폭넓지 않다 보니 빠른 세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센추리는 PHEV로 파워트레인 변화
2018년 3세대 모델을 선보인 뒤 잠잠했던 토요타가 지난 9월 6일 센추리에 의미 있는 시도를 했다. 브랜드 최초로 센추리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선보인 것. 한 달에 30대만 한정적으로 생산하는 이 차량 판매 가격은 세단보다 500만엔이나 높은 2500만엔(약 2억3000만원)에서 시작된다.
세단만 고집했던 럭셔리 브랜드들이 최근 5~6년 새 SUV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장인이 손으로 엔진을 제작하는 곳도 전기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롤스로이스 컬리넌과 벤틀리 벤테이가 등이 모두 시대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나온 SUV다. 토요타 센추리 SUV도 이런 시대 흐름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토요타는 마지막 자존심을 세웠다. 출시 행사 때도, 함께 내놓은 보도자료 어디에도 SUV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공식 이름은 ‘새로운 센추리’. 오히려 기존 센추리 모델에 ‘세단’이라는 별도의 설명이 들어갔다. 파워트레인(엔진)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보인다. 전자식 사륜구동에 3.5ℓ V형 6기통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엔진을 장착했다. PHEV는 일정 거리까지는 순수하게 전기차로 움직인다.
토요타는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지만 전기차에서는 유독 속도가 늦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당장 일본 내에서만 봐도 충전시설 부족 등으로 대대적인 전기차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번에 센추리 SUV가 PHEV로 출시된 것은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겠다는 토요타의 의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사 플래그십에 전기차 성격을 최대한 담아 토요타의 미래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시선이다. 수공 조립으로 매월 30대 생산되는 센추리가 과연 토요타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지, 일본 내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7호 (2023.09.20~2023.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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