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안 주겠다" 폴란드에 놀란 우크라, 곡물분쟁 진화 나섰다

박소영 2023. 9. 22. 14: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자국산 곡물 수출을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는 폴란드·슬로바키아와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의 막강한 우방 역할을 해온 동유럽과의 균열을 막고 대(對)러 단일대오를 유지하기 위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일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에 있는 도로허스크역의 선로에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보관한 열차가 서 있다.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콜라 솔스키 우크라이나 농업부 장관은 로베르트 텔루스 폴란드 농업부 장관과 통화하고 양국의 이익을 고려한 곡물 분쟁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바실 즈바리치 폴란드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도 폴란드 국영 PAP통신에 "우크라이나에는 폴란드 농부들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데 관심있는 사람이 없다"며 "곡물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양국은 수일 내 회담을 열고 해당 문제를 직접 논의하기로 했다.

슬로바키아 농업부도 이날 "우크라이나와 곡물 거래에 대한 면허 발급 등 통제를 기반으로 한 무역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합의했으며,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슬로바키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산 4개 품목의 수입 금지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합의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고 슬로바키아 외무부는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고, WTO 대변인도 현재 우크라이나의 제소 취하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곡물 분쟁 해결에 적극 나서자,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전날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우크라이나에 무기 이전 종료' 발언을 직접 진화했다. 두다 대통령은 현지 TVN24 방송에 "총리는 우리가 현재 폴란드 군대를 현대화하기 위해 구매하고 있는 새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이전하지 않겠다는 의미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오트르 무엘레르 폴란드 정부 대변인도 이날 우크라이나와의 기존 무기 공급 계약을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 역시 "폴란드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며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폴란드 농부들이 지난 6월 9일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인 도로허스크의 주요 도로를 막고 우크라이나산 곡물 유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앞서 폴란드는 유럽연합(EU)의 결정과 달리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처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반발을 샀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말 러시아의 침공 직후 자국산 곡물의 주요 수출로인 흑해 항구가 폐쇄되면서 동유럽 국가의 육로를 경유하는 우회 수출로를 통해 수출을 늘려왔다. 이로 인해 동유럽 국가들은 값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과잉 유입돼 현지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고, 농민 시위가 잇따르는 등 부작용을 겪어왔다.

이에 EU는 지난 5월 폴란드·루마니아·슬로바키아·불가리아·헝가리 등 5개국에 대해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경유만 가능하게 했다가 이달 15일 해당 조치를 해제했다.

하지만 폴란드·슬로바키아·헝가리 등 3국은 EU 결정에도 자국 농민 보호를 위해 자체 금수 조처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자 지난 18일 우크라이나가 3개국을 WTO에 제소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