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건의안 통과 직후 한 총리의 한마디…"여일하게 일하라"
지난 21일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국무총리 해임건의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평소와 같은 촘촘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 총리는 22일 저녁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리는 ‘한독·한불 상의 공동 만찬’에 예정대로 참석한다. 23일~24일간은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회담도 예정돼있다.
한 총리는 해임 건의안이 통과된 당일에도 한 시간 단위로 약 10여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엔 교육혁신 세미나에 참석했고, 케이티 홉스 미국 애리조나 주지사를 접견했다. 오후엔 심야(자정~오전 6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그 뒤엔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을 면담하며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했고, 차관들에게 임명장도 수여했다.
한 총리는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핵심 참모들을 잠시 불러 티타임을 가졌다고 한다. 곧바로 다음 일정이 있어 그 시간도 5분 남짓에 불과했다. 한 총리는 참모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다’는 뜻의 ‘여일(如一)’을 강조하며 “여일같이 일하라”고 말한 뒤 업무로 복귀했다. 오후 5시부터는 취약 계층 가정 5곳과 관련 시설 5곳 등 총 10곳을 위로 방문했다. 공관에서 10여명의 차관과 만찬도 했다. 저녁 식사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총리가 국정감사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건 헌정 사상 최초다. 하지만 ‘최초’란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총리실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강제성도 없고, 대통령실도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이다. 복수의 총리실 관계자는 “평소와 똑같이 업무에만 매진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총리 해임 건의안에 대해 공식적으론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론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라 보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도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총리 해임건의안에 대해 “상식이나 민심과 동떨어진 것으로 해임 사유들은 억지에 불과하다”며 “일방적 정치공세이자 무소불위 힘자랑”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정 전반의 무능과 폭망 사태의 중심에 한 총리가 있었다”며 해임 건의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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