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새벽 1시에 왔어요" 中, 아이폰 사랑은 변함없었다
세련된 이미지·고사양 아이폰 선호 여전
카운트다운 후 환호하며 현장 즐겨
"5, 4, 3, 2, 1, 와~!"
22일 오전 8시, 중국 베이징 산리툰의 애플 플래그십스토어. 평소라면 한산할 이른 아침에 수백여명이 매장 앞에서 카운트다운과 함께 환호를 이어간다.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5가 이날 오프라인 판매를 시작한 가운데 구매를 위해 매장을 찾은 이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입장을 시작했다.
맨 앞 대기자는 17세 고등학생으로 새벽 1시부터 기다렸다면서 "아이폰을 사기 위해 오늘 학교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에는 화웨이 제품이 들려있었다. 30대 대학원생 리우모씨는 "이제까지 못봤던 색상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면서 "(이런 제품을)구매해 가지고 다니면 앞선 모델과 다른 최신 기종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중장년 고객의 관심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60대 주부 리모씨는 "손녀가 갖고싶다고 여러번 얘기해서 특별히 매장에 왔다"면서 "우선 디자인이 예뻐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법하다"고 전했다. 정보기술(IT) 업체에서 근무한다는 40대 왕모씨는 "아이폰15 맥스프로를 구매할 계획"이라면서 "3년만에 휴대폰을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매 이유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계속 아이폰을 써와서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29일 화웨이가 자체 조달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탑재한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를 출시한 이후부터 중국 내에서는 화웨이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곧이어 애플의 아이폰15 제품이 출시되면서 이들 기종의 판매 경쟁은 미·중 갈등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있다.
대기자는 적지 않았지만, 매장 정문을 중심으로 후문까지 미리 준비된 대기줄 펜스는 다소 비어있었다. 애플 직원인 샹런제씨는 앞선 아이폰 시리즈 출시와 비해 사람이 많은 것인지를 는 질문에 "많다 적다를 얘기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달라"고 설명을 피했다.
이에 앞선 15일 진행된 사전예약에서도 아이폰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당시 애플의 공식 웹사이트는 8시 이후 6~7분가량 다운됐었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의 공식 애플스토어에서는 1분이 채 되지 않아 '매진'됐다. 애플 측은 이후 30분간 아홉번이나 재고를 보충하며 물건을 푼 것으로 알려졌다. 징둥닷컴에서는 아이폰15 4개 모델 모두 자사몰 내 온라인 애플스토어에서 300만건 이상의 선주문을 받았다. 이밖에 중국 전역 5000개 이상의 애플 판매점과 협약을 맺은 배달 업체 메이퇀 역시 지난주 사전 판매를 시작했고, 30분만에 2억위안어치가 팔려나갔다. 알리바바 소유의 배달앱 어러머는 3000개의 소매점과 제휴해 이날(22일)부터 배송을 시작한다.
그러나 화웨이를 향한 응원과 애국소비 열풍의 화력도 만만찮다. 더우인(중국판 틱톡)에 영상을 올리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는 장모씨는 "최신 칩이 탑재돼있다는 보도를 보고 한 번 경험해보고 싶어서 온 것"이라면서 "반응 속도나 화질 등을 살펴보는 영상을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잠깐 본 정도로는 이전 제품과의 차이점을 크게 느끼지 못하겠다"면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은 화웨이 '메이트40프로'라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인들은 화웨이를 응원한다"면서 "화웨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곧 중국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아이폰 판매량이 과거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콰이커지는 "아이폰15 시리즈는 외관 변화가 거의 없고, 프레임 재질과 색상만 변화했다"고 말했다. 아너의 자오밍 대표는 "올해의 아이폰15 판매량이 여전히 매우 많겠지만, 소비자와 업계의 기대치가 낮아진 상황에서 회사 측은 더욱 강력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3800만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65% 급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내년 출하량은 6000만대 이상으로 늘어 성장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지난 1분기 기준 중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 1위(19.9%)를 기록한 애플의 자리를 화웨이가 위협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같은 기간 화웨이의 점유율은 9.2%에 그쳤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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