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치솟은 국채금리에 하락 마감...나스닥 1.82%↓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1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예고로 국채금리가 치솟으면서 일제히 하락마감했다.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로 뛰어 올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70.46포인트(1.08%) 떨어진 3만4070.4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72.20포인트(1.64%) 낮은 4330.0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45.14포인트(1.82%) 하락한 1만3223.99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에서 11개업종 모두 하락세다. 특히 부동산, 임의소비재, 소재 관련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아마존은 4.41%, 테슬라는 2.62% 떨어졌다. 브로드컴은 구글 알파벳이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업체에서 이 회사를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2%이상 하락했다. 시스코는 스플렁크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4%이상 떨어졌다. 반면 스플렁크는 20%이상 뛰었다. 페덱스는 전날 장 마감 후 공개한 실적이 예상을 웃돌면서 4.5%이상 상승했다. 폭스 코퍼레이션과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은 루퍼트 머독 회장의 은퇴 소식에 각각 3%, 1%대 올랐다.
투자자들은 전날 오후 공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소화하며 국채금리 움직임, 경제지표, 연방정부의 셧다운 가능성 우려 등을 주시했다. 전날 Fed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이른바 '매파적 동결'에 나서면서 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는 한층 강화됐다. Fed는 새로운 점도표에서 2024년 말 금리 중앙값은 기존 4.6%에서 5.1%로, 2025년 말 금리 중앙값은 3.4%에서 3.9%로 상향한 상태다. 이는 Fed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더라도 예상보다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매파 메시지는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10년물 금리는 4.5%에 육박하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30년물 금리는 4.55%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5.14%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LPL 파이낸셜의 아담 턴퀴스트 최고기술전략가는 최근 국채 금리 상승세가 "시장에 대한 일종의 경고 신호"라고 진단했다.
이날 공개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역시 국채 금리 상승세의 촉매제가 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9월 10일∼16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2만건 줄어든 20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8개월래 최저 수준이자 월가 전문가 전망치인 22만5000건도 밑돈다. Fed의 긴축에도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고함을 시사한 셈이다. BMO 캐피탈 마켓의 이안 린젠은 "11월에 Fed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소폭 높이고, 2024년 오랜기간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는 Fed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같은날 발표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9월 제조업지수는 -13.5를 나타내 다우존스 추정치(0)을 크게 밑돌았다. 2분기 경상수지 적자는 전기 대비 25억달러 줄어든 2121억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남은 FOMC는 11월, 12월 등 두 차례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11월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11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68%이상 반영 중이다.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전망은 31%대에 그쳤다.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로 꼽혀온 제임스 불라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하는 리스크를 막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퍼듀대학교 경영대학원 학장으로 자리를 옮긴 불라드 전 총재는 Fed에 몸담았을 당시 강경 매파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그는 전날 Fed가 고금리 장기화를 예고한 것에 대해서도 "이치에 맞다"고 동의를 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높은 수준의 금리가 사실상 영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별도 기사로 보도했다. 이 매체는 최근 몇개월간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증시가 부진한 이유를 중립금리 상승에서 찾으며 "현재 금리가 수요나 인플레이션을 둔화하지 않는다면 중립금리는 더 높아야 하고 통화정책은 긴축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은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내년도 연방정부 운영에 필요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셧다운 우려도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셧다운을 막기 위해서는 2024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1일 전에 예산안이 처리돼야만 한다.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주요국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2% 오른 105.4선을 기록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5% 이상 치솟아 17.5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유가가 오르기 전 예상했던 것보다 금리 인상 확률이 더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날 유가는 차익실현 매물 등이 몰리며 소폭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센트(0.03%) 하락한 배럴당 89.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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